“줄기세포 연구에 꼭 필요한 뇌과학 분야를 선점해 한국이 과학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뇌과학과 줄기세포 연구라는 21세기 세계과학계의 주력 분야에서 최고 위치에 있는 두 명의 한국인 과학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6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뇌과학연구소 창립기념 세미나’에 참석한 미 UC어바인 조장희 교수와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이 연구소를 통해 한국이 앞으로 다가올 뇌과학 시대의 중심에 서기를 기대한다”며 협력을 다짐했다.
뇌과학연구소는 가천의대가 노벨 의학상에 가장 근접한 사람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조 교수를 영입해 64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 PET(양전자단층촬영기)와 MRI(자기공명영상기)를 합친 고해상도 ‘PET-MRI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 장치는 MRI의 고해상도와 PET 조기진단 능력을 합쳐 암, 알츠하이머병, 중풍, 파킨슨병 등 주요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비환자를 미리 진단할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기기. 지하 2층, 지상 6층의 연구소 건물은 현재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건립 중이며 조 교수는 연봉 30만달러에 15년간 소장으로 일하기로 계약했다.
황 교수는 뇌과학연구소 건립 계획을 듣고 지난해 5월, 조 교수와 UCLA 등유명 대학의 뇌과학센터를 돌아보며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잡았다. 세미나에서 그는 “조 박사의 귀국은 한국의 의학 및 과학 수준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줄기세포 이식을 통한 치료 연구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의지, 필요성, 기술, 자금이 모두 있어야 한다”며 “어둠에 묻혀 있던 뇌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돼 경제적 가치를 인정 받게 된 지금이 PET-MRI 결합 시스템을 개발할적기”라고 강조했다. 세계 과학계는 1975년 PET를 최초로 개발하고 90년 MRI 국산화를 이끄는 등 두 분야 모두에 정통한 조 교수야말로 이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세계 3대 MRI 제조업체 중 하나인 독일 지멘스사도 발벗고 나섰다. 이날 가진 합작 조인식에서 지멘스는 7.0T(Tesla)급 MRI 1대와 함께 이 기기와 관련한 일체의 기술을 조 박사와 연구소에 제공키로 했다. 가격이 약 900만유로(약 125억원)에 달하는 이 기기는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다섯번째로 도입되는 것으로 지멘스는 그 대가로 연구 과정에서 나오는 지적재산권 수입을 연구소와 공유하게 된다. 아울러 연구소와 지멘스는 매년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의 2.5%를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한국 정부에 기부키로 했다.
조 교수는 “장치 완성 목표가 2009년으로 잡혀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져 3년 정도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장치가 완성되면 지멘스는 인천에 생산 공장을 갖고 기기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밝혔다.
40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지내면서도 한국 국적을 지니고 있었던 그는 “조국에서 연구의 결실을 맺고 싶다”며 “세계 각국의 유명 뇌과학 연구자들이 인천으로 몰려올 것에 대비해 연구소 안에 외국인 숙소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을 비롯해 김원기 국회의장, 강신호전경련 회장 등 각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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