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업종인 음식·도소매 등 서비스업 생산이 급감하고, 생산자물가는 5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부가가치 창출에 필요한 지적재산인 대기업의 무형자산마저 줄어들고 있어 한국경제는 단순한 불황을 넘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까지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내수업종인 소매업이 1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사상 최악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2% 감소, 상승 한달 만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같은 감소폭은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것이다.
소매업 생산의 경우 홈쇼핑 등 무점포업이 8.8%나 줄었고 음식료품(-7.6%), 종합소매(-1.8%) 등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0.7%가 줄어 1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자동차 판매도 9.0%가 줄어 상승 한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도매업은 0.4% 늘었으나 전달 증가율 1.2%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정부의 사교육대책으로 방학 중 학원특수가 반영되지 못하면서 교육서비스업도 9.6% 줄어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학원업은 13%나 감소했다. 부동산·임대업도 11.5% 감소하면서 부진을 이어갔고, 금융·보험업은 신용카드 및 할부금융업 등의 부진으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생산자 물가는 7.5%나 급등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에 비해 7.5% 상승, 5년 9개월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전달에 비해서도 0.9%나 올라 연중 최대폭을 나타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중 생산자물가는 고유가 행진 속에 폭염 및 태풍에 따른 농림수산품 가격 급등까지 겹쳐, 전년 동월대비로는 1998년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년 동월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올 2월 4%대에 진입한 이래 매달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품목별로는 기상재해의 직격탄을 맞은 채소류 등 농림수산품값이 전년 동월대비 20.4%(전월대비 3.7%)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유가상승분이 전가된 공산품 가격도 9.1%(전월대비 0.2%)나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4·4분기에도 인플레압력은 계속 거세질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채소류와 석유제품 가격이 각각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생산자물가 상승폭은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달 말엔 추석이 대기하고 있어 물가안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대기업 무형자산도 크게 줄어
대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으로 유형자산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무형자산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형자산은 산업재산권, 특허권, 프랜차이즈, 저작권, 컴퓨터소프트웨어, 개발비, 임차권리금, 광업권, 어업권 등 기업의 지적 재산을 말한다.
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10대 그룹소속 상장사들의 사업보고서상 무형자산 총계는 지난 6월말 현재 7조2,862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6월 말의 7조9,006억3,000만원에 비해 7.78%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자산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63%에서 2.94%로 0.69% 포인트 떨어졌다.
그룹별로 삼성그룹의 무형자산은 지난해에 비해 1.83% 증가했으나 LG그룹은 16.37%가 줄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18.39%나 줄어들었으며 SK(-2.58%), 한진(-5.70%), 두산그룹(-11.14%) 등도 감소했다. 반면 롯데그룹(11.33%)과 한화(3.87%), 현대중공업(4.82%), 금호아시아나그룹(3.85%)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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