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선거캠프를 대대적으로 정비, 6일 노동절 연후 후 대공세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당내 경선 과정에서 초반 부진의 늪에 빠진 그를 구해준 현 선거 진영에 대한 수술은 공화당 전당대회 후의 절박한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지지율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10%포인트 이상 밀리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상 대책을 취한 셈이다.
확대 재편된 선거 진영의 특색은 ‘클린턴 색채’의 강화로 요약된다. 제임스 카빌, 폴 베갈러, 스탠리 그린버그 등 클린턴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대거 케리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CNN 방송 등에서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1976년 이후 대선에서 민주당에 유일하게 승리를 안긴 선거 전략가들이다.
여기에 조 록하트 전 백악관 공보실장, 조엘 존슨 전 백악관 고문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전 비서실장 하워드 울프슨 등 공보 분야 전문가들도 케리 진영에 합류했거나 곧 합류할 예정이다. 클린턴의 호화 선거 군단이 케리 캠프의 한 축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전국위원회의 총선기획단을 이끌어온 존 사소가 케리후보의 유세 일정에 동행, 최측근에서 자문하는 선임보좌관에 임명되고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선거참모였던 마이클 호울리가 사소의 현재 역할을 이어받게 되는 등 케리 선거진영이 일신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보스턴 출신의 사소는 케리 후보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이다.
케리 후보측은 이번 개편이 노동절 후의 총력전을 위해 준비해둔 캠프 확대 계획의 일부라고 강조하고 있다. 선대본부장격인 메리 베스 커힐, 선임보좌관 봅 쉬럼과 태드 드바인, 공보실장 스테파니 커터 등 현 팀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현 진영이 ‘진실을 위한 베트남전 쾌속정찰선참전 용사들’의 케리 비난 광고에 늑장 대응, 결과적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지지도를 회복할 수 계기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또 보스턴 전당대회에서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무훈을 너무 앞세워 부시의 국내 정책 실정에 대한 공격의 탄력을 잃어버린 것도 실책으로 꼽힌다.
심장 수술을 위해 입원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4일 케리 후보와 90분간 전화로 선거전략을 논의하면서 “지금부터는 안보문제 대신 일자리 건강보험 등 국내 문제에 초점을 맞춰 부시와의 차별화를 기하라고 주문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케리 후보의 이번 승부수가 선거 막판에 뒷심을 발휘해온 그의 성공 신화를 이어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팀과 클린턴 팀, 그리고 케리 측근 그룹으로 3분화한 각 축이 조화를 이룰 경우 대세 반전의 폭발력을 지닐 수 있지만 상호 힘 겨루기 양상이 빚어질 경우 자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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