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에도 헤비메탈이 있다. 그것도 그 유명한 베토벤이 만들었다. 처음 이 곡을 듣고 연주하려고 했을 때, 무대에서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초반 5분 동안의 쉬지않는 과격한 포르티시모는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주기 충분하며, 기괴한 리듬과 난해한 음정은 가히 충격적이다.현악사중주 연주자들에게 가장 과격한 곡으로소 문난 ‘대푸가’ 란 이 작품은, 바로 베토벤이 마지막 교향곡인 9번 ‘합창’ 보다 나중에 작곡했다.한계에 가까운 볼륨으로 당신의 귀를 자극하고 나면, 그 다음 3분 동안은 극도의 고요함이다. 이러한 발상은 광기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 뒤로는 그 대비되는 부분들이 서로 합쳐지면서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최고의 클라이맥스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듣고있는 당신이 익숙해진다면 말이다.
선율들이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것이 푸가인지라, 원래 복잡하고 그 규모가 클 수 밖에 없는데 그것도 모자라 제목부터 ‘대푸가(Grand Fuge)’다. 규칙 없는 수열을 연상시키는 난해한 음정들은 연주자들이 암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약간씩 비껴가는 리듬은 어떤 CD를 들어도 꼭 틀리게 연주하는 것 같다. 도무지 베토벤 시대의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베토벤은 모두 17개의 현악사중주가 있고, 이 곡은 마지막 17번이다. 하지만 원래는 현악사중주 13번의 마지막 악장이었다. 조용하고 사랑스런 선율들 뒤에 이 ‘미운 오리새끼’ 같은, 그것도 혼자 15분이나 되는 악장이 튀어나온다고 생각해보라. 지금 사람들도 이해하기 힘든 데, 당시는 어떠했을까? 결국 악보출판사에서 베토벤을 끈질기게 설득해 17번으로 독립시켰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이 곡을 ‘영원한 현대음악’이라 불렀다. 선배들 무시하며 잘난 체 하던 바그너는 ‘몇 안 되는 최고의 음악’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오늘날 작곡과 학생들의 전위적 교과서다. 당시 연주자들은 연주하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이고, 관객들은 ‘저 귀머거리가 드디어 미쳤다’ 라고 소리질렀을 광경이 눈에 선하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들을 수도 없는 작곡가가 이상한 작품을 만들어 가지고, 귀멀쩡한 연주자들에게 ‘자꾸 듣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라고 설득하고 다니는 모습을.
조윤범/‘쿼르텟 X’리더
오늘부터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공연면에 격주로 싣습니다. 조윤범(29)씨는 현악사중주단 ‘쿼르텟 X'의 제1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젊은 연주자로서, 클래식 음악과 연주자들의 생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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