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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오락프로의 '멀티플렉스'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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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오락프로의 '멀티플렉스'化

입력
200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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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종영한 SBS ‘파리의 연인’을 비롯해 최근 몇 편의 드라마들이 거의 무차별적인 간접광고(PPL)를 해 논란이 됐다. 한, 두 회도 아니고 매회 CF보다 더 CF같은 상품 홍보가 등장했으니 비난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정말 노골적인 PPL이 이뤄지는 곳은 드라마가 아니라 연예오락 프로그램들이다.예를 들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에서는 막 새 앨범을 낸 가수들이 나와 자기 노래를 한 소절 부르게 해달라고 MC에게 요청하기 일쑤고,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 개봉이나 드라마 방영을 앞둔 배우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작품 설명을 늘어놓는다.

이는 KBS2 ‘해피투게더’나 SBS ‘야심만만’ 등 인기 오락 프로그램에서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또 약속이나 한 듯이 끝부분에 뮤직비디오를 내보낸다. 오락 프로그램이 오락에 그치지 않고 여러장르의 홍보매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너무 오래 되어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뮤직비디오가 음악 프로그램보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방영돼야 더 효과가 좋고, 영화배우들은‘출발! 비디오여행’같은 프로그램보다 오락 프로그램을 ‘순례’해야 홍보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브레인 서바이버’는 아예 게스트의 요청에 따라 진행도중 2초 동안 게스트가 출연한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작진들 스스로 프로그램이 홍보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오락 프로그램들은 게임도 하고, 토크도 하며, 연예 정보 프로그램 역할까지 하는 ‘대중문화의 멀티플렉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모두가 즐거운 윈-윈 게임일 수도 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는연예인을 쉽게 섭외할 수 있어 좋고, 연예인은 자신의 작품을 홍보할 기회를 얻어 좋다.

또 시청자들은 TV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연예인들을 볼 수 있으니 만족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멀티플렉스 같은 오락 프로그램들은 작지만 자세한 홍보가 필요한 작품들과 소수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홍보가 필요한 작품들을 TV 밖으로 밀어낸다.

세상에는 멀티플렉스 못지않게 예술영화를 위한 전문 상영관도 필요하듯, TV에서도 소수의 취향을 반영하거나, 작품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할 수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TV는 오락 프로그램이 아니면 홍보할 곳 자체가 없다. 그나마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나 영화 프로그램마저 오락 프로그램처럼 변하고있는 것이 지금의 TV 아닌가. 그래서 나이 지긋한 연예인들이나, 평소엔 숫기라곤 하나 없이 작품에만 몰두하는 사람들도 어쨌건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웃고 떠들어야’ 한다.

물론 한시간 남짓 연예인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그런 오락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가끔은 나 스스로가 전문잡지 하나 구하지 못해 여성월간지에 의지해 모든 정보를 얻으려 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시청률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글쎄, 그전에 그런 시도라도 제대로 해봤는지 모르겠다. MBC ‘왕꽃 선녀님’같은 드라마에 쏟을 애정의 10분의1만 보여줘도 충분할 텐데.

강명석/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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