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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성적 잘주기' 이젠 없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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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성적 잘주기' 이젠 없어지길

입력
200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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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교 내신은 쉽게 출제하여 ‘성적 잘 주기’로 매우 부풀려져 있다. 학생들은 시험 보기 전에 적당히 찍어주는 쉬운 문제로 시험을 치기에 열심히 학습할 필요를 덜 느낀다. 결과적으로 학생은 수업을 소홀히 하고 내신의 공신력은 떨어진다. 그래서 대입 전형에서 내신 성적 명목반영률은 40%정도로 높으나 실질반영률은 7~8%로 매우 낮다.중등교육 관계자 1,500명 가운데 91.5%가 성적 잘 주기 현상이 만연하고 있으며, 우리 학교보다 다른 학교가 더 심하다고 경계하며, 우리 학교 학생을 대입에서 불리하지 않게 하려면 앞으로도 성적을 잘 줄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점에서는 한 학교의 학생-학부모-교사-교장이 모두 한 배를 탄 셈이다.

이 때문에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번에 ‘원점수(과목평균, 표준편차)+석차 9등급제(이수자 수)’ 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흔히 성적 잘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평가로 줄 세우기를 하거나 외부 시험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육적 측면에서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적절히 절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교육부의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절대평가 요소로는 과목별 평균, 학생의 획득점수, 집단의 점수분포(표준편차)를 드러내어 고교 교육의 질 관리를 도모하고, 상대평가적 요소로는 대입 전형에 도움이 되는 석차를 9등급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전자는 학생이 얻은 점수가 본래 시험의 난이도나 평균에 관계없이 90점 이상이면 무조건 수를 주고, 평정의 원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현행 성적 표기 방식의 취약점을 보완하여 성적 잘 주는 현상을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후자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학생들조차 석차로 한 줄 세우는 것을 완화해 주는 면이 있다.

그러나 수강생이 적은 과목, 특목고와 같이 우수한 동질 집단 등은 석차 등급이 불합리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학은 평정환산표를 활용해 원점수를 가공하여 활용하는 것이 공정하고 바람직하다.

대학이 전형요소로 쓸 만한 신뢰성 있는 내신을 산출하려면 교육구성원들이 교육적으로 좀더 엄정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학생들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하였다고 당당하게 평가실명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학교관리자는 내신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평가요소와 기준을 뚜렷이 하고 외부 평가에 비추어 학교의 학업성취를 높이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진짜 실력과 무관하게 점수 잘 주어 대학 가는 데 유리하게 하는 것은 거짓을 조장하는 반교육적인 행위이다. 학부모도 부당한 간섭을 해서는 안 되며 협조해 주어야 한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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