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 40여명 등 80여명이 브로커와 짜고 소변검사를 조작하는 신종 수법으로 병역면제 시도하거나 실제 면제를 받은 대규모 병역비리가 적발됐다.서울경찰청은 5일 징병대상자로부터 거액을 받고 신체검사 과정에서 병역을 면제 받을 수 있는 수법과 함께 이에 쓰이는 약물 등을 넘겨 준 혐의(병역법 위반)로 브로커 우모(38ㆍ무직)씨와 김모(29ㆍ전 프로야구 선수)씨를 구속했다.경찰은 또 이들에게 3,000만~4,000만원을 주고 알게 된 소변검사 조작방법으로 병역을 면제 받은 프로야구선수 김모(23ㆍLG)씨 등 3명을 구속하고같은 팀 손모(2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밖에 프로야구 S, L구단 선수 3명 및 고교 야구코치 등 병역면제자 6명도 추가로 검거해 6일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우씨 등이 갖고 있는 장부에 기재된 명단이 80여명에 달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병역 브로커 우씨와 김씨는 1996년부터 최근까지 80여명에게 모두 42억2,000여만원을 받고 소변검사에서 병역면제대상인 사구체신염 등 신장질환 판정이 나오도록 단백질 등으로 제조된 특수약물을 건네 일부에게 병역을 면제 받도록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병역을 면제 받은 사람들은 브로커에게 받은 약물과 자신의 피를 소변에 섞어 개인병원에 제출, 신장질환 진단서를 받고 2차 종합병원 검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진단서를 발급 받았다. 이어 병무청에서 이뤄지는 3차 재검에서 징병관이 소변검사에 동행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사전에 본인의 요도에 약물을 투입했다. 또 병무청이 면제판정 뒤에도 불시에 재검사를 할 것을 감안, 6개월~1년 동안 꾸준히 허위 치료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 우씨와 김씨의 장부를 통해 확보, 수사에 나선 80여명 가운데 절반은 프로야구선수이고 나머지는 대학생과 일반인으로 파악됐으며 연예인과 프로축구선수 등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병역비리, 30여명은 공소시효 넘겨
경찰은 신종 수법으로 병역을 면제 받은 80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상태지만, 정작 이들 중 30여명은 병역법 위반 공소시효인 3년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96년부터 브로커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명단에 오른 병역기피자들의 혐의를 밝혀내더라도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시점이 3년 이전이라면 수사 도중에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01년 검찰과 군검찰의 합동수사로 박노항 원사 등의 대규모 병역비리가 밝혀졌을 당시에도 모재벌 총수나 대학교수 아들 등 유력 인사들이 비리에 연루된 흔적을 포착했으나 공소시효 문제로 수사가 진척을 보지 못했다. 병역법상 `사위행위'는 최고형이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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