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경기부양책 함부로 쓰면 안돼"노무현 대통령이 5일 밤 MBC '시사매거진 2580' 에 출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부동산 가격의 현수준 유지, 무리한 경기부양책 경계론 등 자신의 경제관을 설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첫 질문부터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으로 시작된 이날 대화에서 노 대통령은 "어렵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5.2%로 예상되며 OECD 국가 중 거의 1위가 될 것"이라며 "따라서 부양책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아직 (체온이) 39도가 되지 않았는데 해열제를 자꾸 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부양책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며 "과거 부동산 규제를 풀고 카드가 남발되도록 방치하는 등 무리한 성장을 한 결과 작년과 올해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집값은 현재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게 제일 좋다"며 "적어도 일반 물가나 금리수준 이상으로는 절대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부동산 값이 내리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집값이 하락하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어려워지고 작은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상실감이 커지게 돼 경기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감세 정책에 대해 노 대통령은 "골프채 등의 특소세 폐지는 서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가지는 않지만, 소비경기를 진작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경기가 나빠질 때 가장 손해 보는 사람은 서민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민들에게는 이미 세금을 안받고 있어서 더 깎아줘 혜택을 줄 방법은 없다"며 "다만 재정지출은 대부분 서민들을 위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역대 정부 중 큰 흐름에 있어서 가장 일관성을 갖고 있는 정부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파트 분양원가는 비공개가 소신이었지만 정당의 의견을 존중하다 보니 부분적으로 공개하게 됐다"며 "타협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융통성 있는 조화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기업가에게 불편한 제도를 참여정부에서 만든 것이 있다면 집단소송제 하나뿐"이라며 "경제가 어렵다 보니 불편한 얘기를 정부에 계속 하는 데 이런 것을 잘 가려보는 여론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밖에 "우리 경제의 제일 큰 문제는 격차의 문제"라며 "지금 어려운 것은 이미 5년전, 10년전에 원인이 축적됐기 때문이며 현재 강력한 성장정책을 쓰고 있지만 효과는 참여정부 말년, 또는 다음 정부 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韓·美관계-"5∼10년후 美와 대등한 자주국가"
노무현 대통령은 5일 밤 방영된 문화방송의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 국가보안법 개폐와 경제살리기 문제, 대미 관계 등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을 소상히 밝혔다. 직설적인 이날의 언급들은 다시 각 분야에서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올해 국제협력개발기구(0ECD) 1위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5∼10년 지나가면 미국과 적어도 대등한, 자주국가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발언 요지.
과거사 청산
좌우이념 대립 속에서 독립운동사에 묻혀져 있는 한 부분이 발굴돼야 할 것이다. 역사는 진실대로 밝히고 후손들이 그대로 배우게 해야 한다. 과거의 독재 정권들이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억압할 때 자주 써 왔던 것이 바로 사회혼란, 국가안보, 경제개발 그런 얘기였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86년 11% 성장했다.
해야 할 때 할 일을 해야 한다. 취학연령이 된 아이를 '경제 좋아지면 하자'면서 2,3년 늦춰 11살 때 초등학교 보내야 하나. 당장 과거사 해서 돈 생기는 거 아니고 시끄럽기만 하니까 조용히 해라 뭐 이런 거 아니겠는가. 정말로 해야 될 일이면 의심스러운 사람이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남북·대미관계
민족공조나 국제공조는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이다. 당분간 6자회담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동안 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될 것이다. 북한은 개혁 개방의 길로 확실히 들어섰고, 미국도 이제 확실히 대화의 길로 들어서 버렸다.
주한미군의 감축·재배치는 미국 스스로의 전략이다. 그것은 한국에게 나쁘지 않은 변화다. 너무 오래 남에게 기대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매달린다고 안 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굳이 그렇게 매달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가 마음에 안 들어서 (미군을) 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한미 관계에서 많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 국민들의 변화에 대해 미국이 상당히 놀라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할 말을 좀 하는 편이다. 그래서 저는 이대로 한 5년, 10년 지나가면 한국은 완전히 미국과 적어도 국제사회에서 대등한 그런 자주 국가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 스스로 영향력 행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동북아시아에서도 그것을 찬성하는 쪽이 많을 것이다. 미국이 빠져 버리고 중국과 일본이 패권경쟁을 하는 그런 상태보다는 미국과 러시아도 포함된 가운데 세력균형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교육문제 및 기타
행정수도 건설 문제는 6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 아닌가. 옮겨야 할만한 정당성이 있다. 많은 지식인들도 그렇게 말해왔고, 박정희 대통령도 준비를 다 갖추었다가 돌아가셨고, 전두환 대통령은 거기다가 정부청사까지 다 지었다가 못 가지 않았는가. (국민) 설득을 열심히 하겠다. 교육개혁 방향도 문민정부가 만든 교육개혁안에서 그대로 가기로 한 것이다.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교양을 갖추기 위해서 과외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과외 안 해서 사회적 경쟁에서 낙오하는 일은 없도록 저희가 반드시 해 나가겠다. 멋을 위해 과외하는 것은 좋은데 경쟁을 위해 과외하는 것은 당장 포기하라. 적어도 지금 초등학생이라면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한국의 개혁 속도는 아마 세계 어느 나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빠르다. 우리 국민들도 그 개혁의 속도를 감당하기가 굉장히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법개혁은 일본만 해도 수십년간 다루던 것인데 이번에는 될 것 같다.
우리가 언론 개혁을 얘기하는 데 언론이 어떻게 쓰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언론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와 국회와 정당의 관계, 대통령과 국회·정부·정당의 관계, 정당의 공천과 당직문화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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