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지난달 31일 육군 참모부장회의에서 '정중부의 난'을 들어가며 쿠데타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일부 보도는 결국 근거 없는 해프닝으로 결론지어졌다. 이 일은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신빙성을 둘만한 것은 아니었다. 현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군 최고수뇌가 시대착오적이고 가능하지도 않은 얘기를, 그것도 공개석상에서 말했다는 것 자체가 신뢰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와 국방부가 소동을 조기 진화한 것은 당연하고 다행스럽다.그러나 이번 해프닝은 최근 정부의 '국방 문민화' 계획과 관련, 군의 혼란스러운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각별한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육군은 문민화 계획과 관련하여 국방부 국장급을 비롯한 엘리트장교의 보직문제와 군 검찰의 독립기관화에 민감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소문도 이런 분위기가 군내부에서 과장되거나 증폭된 것으로 추정된다. 군기가 엄정하고 안보태세에 한치 빈틈이 없어야 할 군이 이런 소문으로 흔들리고 얼룩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우리는 국방 개혁의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전체 국방정책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차분히 추진돼야 할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밀어붙이기식의 신속한 군 개혁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 이번 소동의 원인도 크게 보아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회 각 분야와 마찬가지로 국방 개혁 역시 진지한 설득과 동의가 필요하다. 군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존중하고, 정교한 보완책 등을 통해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존에 직결된 군 개혁은 그래서 목표보다 과정이 중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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