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조카 자전거를 얻어와 출퇴근을 시작했다. 짧은 거리여서 자전거를 타기가 민망하지만, 자전거 출퇴근은 여러 즐거움을 준다.자전거를 타면 가벼운 운동이 되어 몸이 상쾌해짐을 느낀다. 승용차를 운전할 때와는 표정도 확실히 다르다. 승용차를 탈 때의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이 부드럽게 풀어지는 것이다.
요즘 자전거를 타면 가을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바람이 얼굴에 부딪치는 느낌은 소나기가 얼굴에 떨어지는 느낌과 흡사하다. 자연스레 유년의 추억이 떠오른다. 비를 맞으면 얼굴에 함박만한 미소가 번지고 신나기 시작하던… 어른들은 비를 맞아야 아이들도 자란다며 크게 말리지도 않으셨다.
소설가 김훈이 KBS ‘낭독의 발견’에 출연해, 자전거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몸의 힘이 물리적인 힘으로 전화되는 과정이 큰 즐거움을 준다고 했다. 아날로그적인 즐거움을 만끽하는 그는 아직도 연필을 깎아 글을 쓴다고 했다. 연필과 종이의 마찰력을 몸으로 느끼며, 쓱쓱 밀고 나가는 기분이 좋다고 했다.
디지털시대 전자의 움직임이 거대한 세계를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도, 아니 그래서 더욱, 육체를 움직여 직접 만들어내는 경험이 소망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다.
다시 가을이 왔다.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이제 눈으로만 빨리 읽는 묵독에만 얽매이지 않고, 소리 내 읽는 낭독은 어떨까? 책 속에 갇혀있던 텍스트들이 몸 속으로 날아 들어오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눈으로 본 내용을 소리 내 목소리로 읽고, 그것을 몸이 다시 받아들이는 새로운 신체감각. 이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 낭독의 계절이면 좋겠다.
/홍경수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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