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1년 만에 네덜란드로 입양된 한국아이가 촉망받는 여성 사진작가로 성장해 한국에서 사진전을 연다. ‘네덜란드의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4일부터 15일까지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02-810-5045)에서 전시회를 갖는 에리카 블리크만(30)씨가 주인공.부산에서 태어난 서준희라는 유아가 네덜란드로 보내진 건 1975년. 농산물무역을 하는 아버지와 여행 가이드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의 한국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10년 전 자원봉사로 부산을 찾아 수녀원에서 5개월동안 고아들을 보살폈다. “10년 전에 비해 한국 여성의 사회진출이 눈에띄게 많아졌어요. 국회의원도 많아진 걸 보면 여성의 힘이 상당히 커진 것같아요.”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제목은 ‘레미 프로젝트’. 레미는 유럽의 유명한동화책 캐릭터로, 부모에게 버려졌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당찬 아이다. 사진으로 입양문제를 다루겠다는 그녀는 7월부터 한국에 머물며 레미 프로젝트의 일부분으로 자신과 같은 1974년생 동갑내기 한국여성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녀는 이번 사진전에서 무슬림 여성, 공원의 서로 다른 세 여인 등을 렌즈에 담아 다인종ㆍ다문화 국가인 네덜란드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여성들을 표현했는데 사진전 개막 오픈포럼에도 참가, 한국과 네덜란드 여성주의사진과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읽기’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지난달 한강변에서 한국 여자들과 축구를 했는데 제가 속한 입양아팀이 무려 8대0으로 이겼죠. 한국 여자들은 예쁘고 아름답긴 한데 약해 보이는게 흠이에요. 조금 더 강해져야죠. 저 보세요. 네덜란드 갈 땐 혼자 서지도 못했던 1살짜리 여린 준희였지만, 이제 당당히 자신과 사회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블리크만으로 컸잖아요.” 그는 8일 네덜란드로 떠난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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