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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계여 경계하라/Made in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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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계여 경계하라/Made in USA

입력
200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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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 경계하라시어도어 로작 지음/구홍표 옮김

필맥발행/1만3,000원

●Made in USA

기소르망 지음/민유기·조유경 옮김

문학세계사 발행/9,900원

미국은 전쟁중이다.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에서, 아랍 각국은 물론 반미를 외치는 세계 많은 나라와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는 거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제 막 커튼이 올라 본격으로 펼쳐지는 미 대통령 선거는또 다른 전쟁이다.

신보수주의를 앞세운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의 재선이냐, 존 케리 민주당후보의 승리냐는 미국민 뿐 아니라, 온 세계인들의 관심사이다. 2002년 국민총소득(GNI) 10조2,070억 달러. 2위인 일본의 2배가 넘는 경제력과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춘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미래는 곧 국제질서의 미래이고, 세계의 앞날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그동안 수없이 해봤던 이 질문에 이번에는 미국의 문화사학자 시어도어 로작과 프랑스 학자 기 소르망이 답한다.

부시 정권의 실체와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책들이 적잖이 나왔지만 로작의 책은 ‘부시 같은 보수주의자들을 왜 물리쳐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소르망의 책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대립을 골간으로 미국사회 전반의 모습을 유럽인의 시각에서 세심하게 정리해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로작은 지금 미국이 ‘숭고한 이상을 지킨다는 미명 아래 자신과 다른 나라 시민들에게 도덕적, 경제적, 물리적 피해를 주면서도 조금도 죄책감을느끼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그런 ‘세계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돌진은 미국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니라고’ 믿는다. 문제는 제국주의 야욕을 부추기는 ‘승리주의자’들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그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후로 미국은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보수주의 일색의 나라로 치달아 왔다고 본다. 그 보수세력은 ‘학교, 공원, 상수도, 전력, 심지어 군대까지 가장 비싼 가격을부르는 자들에게 팔아버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로작은 미국은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넘쳐 나지만 거리에는 수많은 무주택자들이 배고픔과 추위에 떠는, 자유시장의 무정부상태가 최악인 상태로 치닫는 나라가 되었으며, 그 장본인 역시 골수 보수우익세력인 ‘승리주의자’라고 지적한다.

유대인들이 주축이 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과 전세계를 무대로 약탈하듯 시장을 개척하는 다국적기업의 우두머리(코포라도)와 배타적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견고한 ‘삼각동맹’을 이루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미국 내에서 이들을 막을 진보세력, 자유주의자들, 건전한비판정신이 갈수록 쇠퇴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비판문화의 선두에 있는 언론은 오락기계로 전락한지 오래고, 시민들은 생계에 얽매이고 대중문화에 세뇌됐으며, 진보세력은 의기소침해 있다.

그래서 로작은 ‘미국의 문제는 세계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만큼 세계인 모두가 미국의 유권자라는 생각을 갖고, 미국에 대해 비판하고 완강하게 저항하며 미국의 선량한 국민을 도와줄 것’을 호소한다. 비판의 근거들을 치밀하고 풍부하게 엮어나가 설득력이 있는데다 번역이 깔끔해 꼭 읽어 볼만한 책이다.

소르망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미국 국민의 공통된 신념 이면의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대립을 독특한 미국문화를 알기 위한 키워드로 삼았다. 올해 초 미국 슈퍼보울 미식축구 경기의 하프타임 공연 때 CBS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가수 재닛 잭슨의 가슴노출사건과 뒤이은 논쟁들이 그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재닛 잭슨의 가슴은 두 개의 미국을 대립시키고 있다. 현실에서 존재하는 미국과 1950년대쯤의 순수했다고 생각하는 미국이다. 보수주의자들에게 미래는 이런 과거를 되찾는 것이다.

‘그들은 낙관론자이며 이상주의자들이다. 자유주의자들은 현재가 만들어가는 모든 것을 포함한 현재가 바로 미국이다. 그들은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는 회의론자들이다.’

소르망은 사형제도, 사회보조금, 소수인종 우대정책, 이민정책 등 1960년대 ‘대항문화’를 상징하는 자유주의자들과 1980년대를 대표하는 보수주의자들이 부딪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 양쪽의 시각을 소개했다.

한국이나 프랑스에서 반미주의가 거세지는 이유를 힘을 앞세운 미 제국주의 탓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그는 친미든 반미든 “극단적인 감정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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