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가에 ‘10월의 충격’(October Surprise)란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이는 선거 직전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형 사건이 터진다는 의미로 한국의 과거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북풍’과 비슷한 맥락이다.난무하는 시나리오
미국 내에선 ‘10월의 충격’의 시나리오가 이슈 별로 10여 개나 돌아 다닌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전한 미 행정부 당국자와 미 언론 발 ‘북한 10월 핵 실험설’도 그 중 하나다.
큰 줄기는 두 개.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의 낙마를 바라는 외부 세력의 도발설과 부시 대통령의 재선용 모략설이다.
우선 알 카에다의 10월 대규모 테러설이 파다하다.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제3국의 미국 시설을 대상으로 한 대형 테러만 일어나도 부시의 안보 대통령 이미지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 실험설도 물증 보다는 부시에 타격을 줄 외부 세력이 북한일 수 있다는 정황론에서 나온 것으로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측이 일을 꾸미고 있다는 추측도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오사마 빈 라덴을 잡을 수 있지만 효과 극대화를 위해 10월에 결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올 초부터 파다했고, 요즘은 ‘10월 이란 공격설’이 떠돌고 있다.
최근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이스라엘의 이란 압박 행태가 이라크전 이전상황의 판박이라는 것.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의 칼럼리스트 윌리엄 파프는 최근 “부시가 새 위기를 반길 것 같지 않지만 이라크에서 당하는 혼미한 현 상황보다 차라리 본격적 전쟁을 벌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썼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민주당)도 이란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말 일어날까
‘북한 10월 핵 실험설’과 ‘미국 10월 북핵 시설 폭격설’이 함께 떠돌 정도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긴 하지만 ‘10월의 충격’이 결코 호사가들의 심심풀이 음모론만은 아니다. 미국의 공영 PBS방송이 1일 대통령사 학자 4명과 이에 대한 대담을 가질 정도로 주류 언론들도 정색하고 다루는 주제다. 실제 미국 대선에서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68년 10월31일 리차드 닉슨 대통령의 ‘북 베트남 폭격’ 발표, 52년 10월24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공화당 후보의 ‘한국 전장에 직접 가겠다’는 선언이 ‘10월의 충격’의 대표적 예다. 이 말은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이란 주미 대사관 인질 석방 깜짝쇼를 우려한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 진영에서 처음 썼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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