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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진정한 부(富)/장 지오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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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진정한 부(富)/장 지오노 지음

입력
200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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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부(富)장 지오노 지음ㆍ김남주 옮김

문학세계사 발행/9,900원

소설‘나무를 심은 사람’의 작가 장 지오노(1895~1970)는 프랑스 남부 오트프로방스의 소도시 마노스크에서 태어나 평생을 자연에 뿌리내리고 살았다. 그런 그도 가끔 파리 나들이를 할 때가 있었다.그가 목격한 파리라는 도시는 사람들이 동물적이고, 신(神)적인 육체를 잃어버리고 도시 자체로 변해버리고, 헛되이 돌아가는 기계의 부품 속에 들어있는 금속조각이 돼버리는 곳이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물질문명이 제공하는 허황된 부에 현혹당한 대중의 소외, 군중의 고독은 인류가 쉽사리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 지오노는 “도시의 흙을 박차고” 나오라고 충고하지만, 도시 즉 물질문명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오노가 1936년에 쓴 ‘진정한 부(Les Vraies Richesses)’는 한 해 전에 발표한, 현대도시의 거짓 풍요를 고발한 소설‘영원한 기쁨’을 두고 제기된 물음들에 답하는 에세이이자, 생태학적 메시지를 담은 선언문이기도 하다.

“인간의 부는 그의 마음 속에 있다. 삶이란 많은 소유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쓴 그에게 흔히 ‘부(富)’와 등가로 여겨진 돈이란 종이조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종이조각’이 아니라,‘청빈’을 소유하라고 한다. “일의 대가를 종잇장으로 지불 받는 한 청빈에 이를 수 없다”며 “행복해지기 위해 돈에 기초해 세워진 사회를 부수라”는 과격한 주문도 서슴지않고 있다.

지오노는 이 책에서 오이디푸스와 딸 안티고네의 대화 같은 소설적 구성과 사색적 에세이를 넘나들며‘거짓된 부’와‘진정한 부’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꿈꾸는 작품들을 내놓은 그가 말하는‘진정한 부’는 소박하기 그지 없다. 나무 한 그루, 잎새 한 잎, 풀잎 하나, 봄바람, 질주하는 말, 눈부신 하늘 같은 자연 혹은 생명이다. 그럼 지오노가 찾아낸 ‘진정한 부’를 얻는 길은? “현대사회에서 미친 짓으로 간주되는, 자연스러운 삶을 살라.”

/문향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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