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왜 딕 체니 부통령을 고수하는가. 미 공화당 전당대회 3일째를 맞은 1일 부시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공식 지명된 체니의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은 그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체니 부통령은 거침없는 존 케리 공격수였다. 그는 연설 내내 거침없는 독설로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믿을 수 없는 변덕쟁이로 몰아 갔다.그리고 4년 전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받을 때처럼 ‘미국의 힘’을 되풀이 강조했다.
체니 부통령은 “케리 의원은 유엔의 지시가 있을 때만 우리 군대를 파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해 케리 후보를 힘의 사용을 주저하는 유약한 지도자로 그렸다. 그는 이어 “케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을 강력하게 방어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미국은 이미 공격받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준비하고 있지 않는 대통령은 미국을 안전하게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발언이었다. 체니의 이런 어투는 9ㆍ11 직후 우리 편에 서든가, 적이 되는가를 선택하라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그대로 상기시켰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발언은 선거 전략가들의 치밀한 계산아래 나오고 있었다.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단어 하나 하나가‘공화당 정서’의 밑바닥을 파고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진영의 선거 전략가들은 이미 부동표를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공화당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표를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재집권의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점에서 민주당원들에게는 반감이 높지만 보수층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체니는 쉽게 버릴 수없는 공화당의 부통령 카드인 셈이다.
7월 말 민주당 전당대회 때 존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는 후보 지명 당일에야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체니 부통령은 지난달 30일 전당대회 개최 후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에드워즈 후보에 비해 대중적 인기가 저조한 데도 불구하고 그가 전당대회장을 떠나지 않는 것은 바로 열성 공화당원들의 정서에 호소하는 그의 힘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민주당원이 케리 '저격'
미 공화당 전당대회 3일째의 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지지자들에겐 축제의 날이었지만 민주당원들에게 한 상원의원의 배신을 곱씹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한때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최고 지도자로 치켜 세웠던 젤 밀러(조지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1일 공화당 잔치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케리후보를 가차없이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원이면서도 공화당 후보인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내 가족이 내정당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케리 후보가 국가안보를 이끌 적임자는 커녕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분열을 획책하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밀러 의원은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반전 운동과 상원 의원 활동을 거론하며 “그는 반전 시위자로 우리 군대를 모욕했고 상원의원으로서 우리 군대를 약하게 하는 데 투표했다”고 공격했다. 대회장의 청중들은 “4년 더”“플립 플랍(flip-flopㆍ오락가락하는 성향)”을 연호하며 호응했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민주당원들은 미군이 해방자가 아닌 점령자로 보고있다”며 “이 말보다 해병대원을 더 미치도록 하는 것은 없다”고 말해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부시 대통령은 뉴욕에 도착, 2일 밤 후보 수락 연설을 준비했다.
뉴욕=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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