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디자이너 홍성민씨는 얼마전 10월 결혼예정이라는 한 예비부부로부터 커플링 제작주문을 받고는 참 흐뭇했다.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않는 곳에 간직한 마음이 더 크다는 뜻을 담아달라는 주문이었다.홍씨가 이들을 위해 디자인한 커플링은 1부짜리 작은 다이아를 반지 중앙이 아닌 오른쪽 옆부분에 포인트로 살짝 박은 화이트골드 반지. 두개를 합한 가격이 150만원으로 저렴하면서 독특한 디자인이 주문자의 탄성을 자아냈다.
“경기침체 탓인지 확실히 결혼예물이 많이 간소해지는 추세예요. 예전엔다이아 루비 사파이어 세트를 하던 분들이 요즘엔 다이아만 세트를 하고 진주목걸이나 사파이어 브로치 한 개 정도를 덧붙이는 등 세트 개념도 많이 사라졌죠.
무엇보다 바람직한 건 결혼반지도 여보란 듯이 다이아몬드를 과시하는 세팅보다 독특한 디자인의 커플링을 통해 실속과 함께 나만의 소중한 마음을 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거지요.”
커플링이 인기를 얻으면서 다이아몬드 세팅이 바뀌고있다. 기존 예물반지의 주류였던 솔리테어 티파니 세팅(다섯개의 발로 커다란 다이아몬드 한 개를 감싸 중앙에 돌출하도록 만든 세팅법)이 일상생활에서 착용할 때 옷에 걸리거나 다른 물건에 부딛혀 상처를 내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었다면 최근의 커플링은 다이아를 돌출시키지 않고 박아넣는 베즐 세팅이 대세.
그것도 반지의 중앙이 아닌 옆이나 뒤, 심지어 안쪽으로 밀어넣는 등 언뜻보기엔 결혼반지처럼 보이지않는 깔끔한 반지들이 인기다.
최근 청담동에 첫 매장을 연 프랑스 하이주얼리 브랜드 프레드는 결혼예물용으로 심플하고 중성적인 디자인의 쿱프드르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쿱프드르는 화이트골드 사각링의 각 모서리마다 1부 크기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보일 듯 말 듯하게 박힌 디자인으로 다이아몬드가 어디에 있는지 잘 눈에 띄지않아 오히려 둘만의 은밀한 사랑의 징표를 원하는 커플들에게 인기라고. V자로 파인 곡선형 링위에 작은 다이아를 왼쪽으로 치우치게 박은형태도 눈길을 끈다.
프레드 주얼리&워치팀 임윤영씨는 “고급 주얼리브랜드의 결혼반지도 갈수록 고가의 캐럿 다이아보다 저렴한 커플링이 인기를 얻고 있고 디자인도 다이아 위주가 아닌 개성과 은근한 위트를 담은 것들이 선호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가브랜드인 불가리나 티파니에서도 플래티늄(백금)이나 화이트골드, 옐로우골드 등을 사용하고 다이아는 1부 이하짜리를 자잘하게 박아넣는 커플링들을 다투어 소개하고 있다.
티파니는 가느다란 링에 자잘한 다이아를 여러 개 일렬로 박아서 언뜻 패션주얼리처럼 보이는 커플링을 내놓고있으며 불가리도 커다란 솔리테어링과 함께, 혹은 따로 떼어서 착용할 수 있는 웨딩밴드 커플링을 출시했다.
커플링의 인기는 국내 다이아브랜드에서도 거세다. 듀드다이아는 멜리사이즈(1부를 1/10로 나눈 것. 일명 쓰부다이아)를 사용해 베즐세팅한 커플링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다이아가 워낙 작기 때문에 손을 움직일때마다 빛이 반짝하는 정도의 느낌만 받을 뿐 부담없이 즐길 수있는 커플링이라는 점에서 예비부부는 물론 언약식이나 선물용으로도 인기.
쥬얼버튼은 주문제작을 원칙으로 하지만 커플링에 아예 다이아를 없애고 훨씬 가격이 저렴한 자수정을 박거나 화이트골드와 옐로우골드의 색상조합만으로 약혼의 뜻을 담은 커플링들을 선보이고 있다.
듀드다이아몬드 홍보담당 박선주씨는 커플링 인기에 대해 “다이아 알이 크게 돌출한 기존의 결혼반지들이 신혼 초 몇 주를 제외하고는 거의 장롱물림으로 끝나는 반면 커플링은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결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의 건강하고 실용적인 정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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