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아졌다. 가을이 왔다는 신호이다. 무더위 속에서 수많은 인파들이 피서를 다녀왔지만, 여행은 역시 선선한 바람이 불 때가 제격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경기 광주와 이천에서는 때맞춰 도자기축제가 열린다.도자기라고 하면 철저한 도제식(徒弟式) 교육을 받은 도공들만이 만들어내는 예술작품으로,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분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도자기이다. 아침 저녁으로 밥상위에 올라오는 밥그릇, 국그릇도 모두 도자기이다. 일본인이 도자기의 으뜸으로 친다는 다완(茶碗)도 우리나라에서는 막사발로 불리며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이번 축제기간을 맞아 손수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있다. 예술성은빵점일 지 모르지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자연의 일부인 흙을 만지다 보면 자연과 하나가 됨을 느낀다. 흙으로 느끼는 웰빙이다. 도자기를 빚을 시간이 없다면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 행사기간에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광주와 이천에서 열리는 도자기축제의 대표적인 행사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제7회 광주 왕실도자기축제(9월11~26)
팔당호와 인접한 광주시 남종면에는 분원리라는 곳이 있다. 분원(分院)은왕실의 음식조달을 담당했던 사옹원(司饔院)에서 관영 도자기납품을 위해 설치한 기관이었다.
이 곳에서 만든 도자기는 남한강을 통해 왕실로 들어갔다. 분원리에 세워진 분원백자도요지와 분원백자관에는 당시 도공들이 빚어낸 도자예술의 자취를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의 접근성을 고려, 축제는 광주조선관요박물관 일대에서 열린다. 3번 국도와 중부고속도로 곤지암IC와 만나는 곳이다. 주말마다 도자기체험행사가 열리지만, 축제기간에는 매일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도심 여러 곳의 도자기 체험프로그램에서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강의에 나서는 경우가 많으나 여기서는 광주지역에서 도예작업을 하는 전문가들로구성된 광주 왕실도예사업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직접 강의와 실습을 도와준다.
도자기의 유래와 특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 뒤 물레를 이용한 도자기 제작시범을 보인다. 전문가가 아니면 이 방법으로 도자기를 빚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쉬운 대목.
일반인은 대부분 코일링기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로프처럼 둥글게 만 흙을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가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다. 컵, 그릇등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초ㆍ재벌구이 및 유약바르기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품으로 태어난다. 보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가져가면 된다. 1인당 체험비 8,000원선. 택배비를 추가로 내면 집에서 받아볼 수도 있다.
체험을 끝냈다면 본격적으로 축제의 분위기에 젖어보자. 우선 500년 역사의 조선 백자와 분청사기 100여점과 근ㆍ현대 전통 도자기 60점 등 200여점의 도자작품을 만날 수있다.
도자기 상설판매관에서는 지역 도예가들이 구워낸 예술품과 생활도자기를 30% 가량 할인된 가격에 구입도 가능하다. 줄타기, 강령탈춤, 북청사자놀이 등 전통공연과 타악 퍼포먼스, 풍물놀이, 한국무용에서 클래식, 재즈,전자음악, 락음악 등이 어우러지는 퓨전콘서트도 펼쳐진다. 동춘서커스단의 공연과 중국 하북 성기예단의 마술도 관람할 수 있다. 광주시청 도예관리팀 (031)760-2106.
#제18회 이천도자기축제(9월17~10월10일)
광주가 조선시대 도자기문화를 이끌어간 산실이라면, 이천은 현대 도예문화를 꽃피우고 있는 곳이다. 1950년대 이후 유명 도예가들이 이천으로 모여들어 전국 최대의 도예촌을 이뤘다.
이 곳에서 작업중인 가마만 300여개에 달하고, 도예인은 600명을 넘는다.인근 광주, 여주와 함께 2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도자비엔날레의 주행사장으로 활용될 만큼 도예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중부고속도로 서이천IC와 인접한 설봉공원 일대에 도자기축제 행사장이 있다. 이 곳에서도 역시 다양한 도자기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다. 전통가마에서 불 때는 방법과 도자기 재료로 사용되는 흙을 만들어내는 토련(土鍊)과정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본격적인 체험에 들어간다. 역시 코일링기법이 사용된다.
행사장뿐 아니라 이천지역 각 도예공방에서도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예원도요(031-634-2114) 등에서는 개수에 상관없이 참가자가 원하는만큼 만들어갈 수 있다. 1인당 1,500원.
행사장에서는 도자기만들기 이외에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된다. 흙으로 기물만들기, 도자기 페인팅, 손 또는 발바닥 찍기 등 참가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재미있는 행사가 마련돼 있다.
클레이올림픽은 물레경연대회, 빚기 한마당, 조형경시대회 등 준(準)전문가들의 솜씨를 겨루는 자리. 옹기제작 시연, 전통가마 불지피기 등 도자기관련 행사는 물론 다도 시연, 한국의 차문화와 다기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등 도자기와는 실과 바늘관계인 차문화까지 아우르는 행사도 있다.
어린이들을 위해 조성한 흙놀이공원도 관심을 끄는 곳. 600여평 규모의 공간에 흙밟기, 주무르기, 만지기, 반죽하기, 문양찍기 등 흙놀이를 통해 창의력을 개발하는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운영,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긴 길이 55m짜리 미끄럼틀은 최고의 인기 놀이기구.
도자기명장전, 생활도자전, 화기전, 도자기사진전, 학생작품전시전 등을 차례로 관람하면 현대도자문화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행사기간 내내 펼쳐지는 다채로운 공연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 이천시청지역경제과 (031)644-2280.
/광주ㆍ이천=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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