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오수환(서울여대 교수)씨가 ‘적막’을 걷어내고 ‘변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나아트센터에서 3일부터 열리는 ‘오수환-변화’전에는 오씨의 ‘적막’‘변화’ 시리즈 근작 100여 점이 전시된다.지난 10여년간 그의 작품 세계를 지배한 ‘적막’시리즈의 절제된 선들이 서서히 적막을 깨뜨리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변화’로 이름 붙인 새 시리즈에서는 선들이 때로는 힘있게 솟구치고 움직이고 때로는 힘없이 풀리기도 한다. 때로는 선들이 뭉개져 곡선과 원이 뒤엉킨다. 작가는 “선을 놓아버렸다”고 말한다.
‘적막’시리즈가 움직임이 없는 고요한 세계를 그린 그림이었다면 ‘변화’시리즈는 고요 속에서 생기를 찾아내고 있다. “공간 속에서 색들이 대조를 이루며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선을 해방시켜 구조적 힘을 소생시키려 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 그가 그린 ‘변화’는 자연을 상징하기도 한다. 어떠한 제한이나 규정을 놓아버려, 자연의 색과 형태를 형상화한다.
그의 그림은 한지가 아니라 캔버스 위에, 먹이 아니라 유화물감으로 그린서양화이지만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한국의 미는 대범함과 질박함, 유연함에 있다”고 생각하는 오씨는 한국 회화의 전통을 재해석하고 있다. 흰 바탕의 캔버스에 선들이 뛰노는 듯한 그의 작품은 한달음에 붓을 휘두른 것만 같다.
하지만 오씨의 작업 방식은 매우 치밀하다. 매일같이 수십 장의 스케치와 드로잉을 건너뛰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조그만 스케치북에서 길이 9m의 두루마리 종이까지, 철저하게 밑그림을 그린다. 덕분에 캔버스 앞에서는 머뭇거림이 없다.
오수환은 베트남 군복무 뒤 사회참여적 작업을 한 약 5년의 기간을 제외하면 대학시절부터 줄곧 추상화가로 활동했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옮겨가던 시기 노자와 장자를 탐독했다고 한다. “그림이 자유로워지려면 나 스스로 자유로워져야 한다.
내가 해방되어야 모든 것이 해방된다.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치는 의지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9월 30일까지.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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