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아내의 심부름 하며 배우는 것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아내의 심부름 하며 배우는 것

입력
2004.09.02 00:00
0 0

남들처럼 매일 출근하지 않고, 집안에서 일하는 나 같은 사람은 수시로 아내의 심부름을 한다. 주로 집 앞 슈퍼를 다녀오는 심부름이다.엊그제는 콩나물 1,000원어치를 사오는 심부름을 했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자두를 1만원어치 사고(그래봐야 몇 개 안된다), 콩나물 천원어치를 달라고 하자 슈퍼 아저씨가 “콩나물을 담아줄 테니 비닐봉지를 잘 벌려서 잡으라”고 한다.

아저씨가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서 한 움큼 콩나물을 덜어내 내가 들고 있는 비닐봉지로 옮겨 넣는다. 다시 한 움큼을 덜어내 봉지로 옮긴다. 이제 그만인가 싶은데 또 한번 콩나물 한 움큼을 쥐어 봉지로 옮긴다. 콩나물 1,000원어치가 이렇게 많은가 싶어 놀라는데, 아저씨의 손이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플라스틱 통에서 비닐봉지로 움직이다.

무더위와 홍수 끝에 모든 야채가 금값인데 콩나물만은 그대로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양이 너무 많다. 어릴 때는 집집마다 시루를 놓고 콩나물을 길러 먹었다. 그때는 참 귀한 반찬이었는데 지금은 콩나물보다 더 싸고 흔한 야채가 없다. 아내 심부름을 하면 이렇게 모르던 세상물정도 함께 배운다.

이순원/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