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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장단체에 비난 화살/네팔人 납치·살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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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장단체에 비난 화살/네팔人 납치·살해 왜?

입력
200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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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단체가 지난 31일 네팔인 12명을 납치ㆍ살해한 사건은 피해규모는 물론이고 사후처리 방식까지 상식을 벗어난 참사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이런 식은 아닐 것이다.이라크전 참전을 거부한 히말라야의 빈국 네팔이 테러의 타깃이 된 것도 충격이지만, 이라크 무장단체가 사전에 일언반구 인질과 관련된 정보를 네팔정부에 제공하지 않았고 협박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더 큰 충격이다. 더욱이 이 무장단체는 인질 살해 후 “우리는 불교를 믿으면서 이슬람교도와 싸우고 유대인과 기독교에 봉사하기 위해 이곳에 온 네팔인들에게 신의 판결을 집행했다”는 황당무계한 억지논리를 폈다.

네팔인들의 희생은 아랍 각국이 구명활동에 나서고 연일 외신뉴스의 앞 자리를 차지하는 프랑스 기자 납치사건과 비교하면 국제적 주목도 받지 못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가장 강력한 용어로 이런 야만적행위를 비난한다”고 아주 짧게 논평했을 뿐이다.

때문에 네팔은 절규한다. 네팔인 수백명은 1일 수도 카투만두의 이슬람 사원과 이라크 일자리 알선업체 등에 불을 지르고 살인자를 처단하라고 외쳤다. 희생자 카하드카 라메시(19)의 형 수다르쉬안(23)은 “동생은 미국을 위해 간 것이 아니다”고 울부짖었다. 라메시는 가족이 빚을 내 마련한 2,000달러를 들고 이역으로 떠난 가문의 희망이었다. 희생자들은 하나같이 달러를 벌기 위해 청소부 등으로 이라크에 들어갔다.

네팔인들의 절규는 조금씩 무기력한 정부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 시위대들은 아무런 협상도, 대책도 없었던 쉐르 바하두르 데우바 총리가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도시에서는 정부의 대응에 항의하는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이동준 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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