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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고석만사장, "타성에 젖은 방송현실 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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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고석만사장, "타성에 젖은 방송현실 깰 것"

입력
200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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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대표적 정책 성공사례로 꼽은 수능방송에서 소극장 'EBS 스페이스 공감'의 고품격 무료공연, 현대문화사를 극화한 시리즈 1탄 '명동백작' 제작까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8월30일부터는 1주일 내내 어린이 시간대를 제외하고 종일 다큐멘터리만 방영하는 세계 지상파 TV로는 유례가 없는 '제1회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이 엄청난 '문화 실험'들을 진두지휘하는 고석만(56)사장.-EBS의 행보가 방송계 안팎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데.

"방송의 역할은 단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내보내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특정 독자를 상대하는 신문 저널리즘보다 더 큰 힘과 막중한 책무를 지닌 만큼, 프로그램 외에 다각도로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큐 페스티벌'의 방송 편성이 대단히 파격적이다.

"다큐멘터리스트들을 위한 무대가 전무한 한국의 현실을 개탄하는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타성에 젖게 하는 편성의 매너리즘을 깨보자는 뜻도 있다. 다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폭, 나아가 제작기법, 소재 등이 폭발적으로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독립영화제를 후원하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독자적 행사를 연 것은 '전시 행정'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다큐멘터리 정신을 전파하고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까지 폄하해서는 안된다. 혹자는 '문화적 포퓰리즘(대중영합)'이라고도 하는데, 자해(自害)하는 포퓰리즘도 있나. 시청률 등 '전시' 효과로 보자면 이번 행사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또 '독립'이란 이름을 달았다고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뛰어 놀 무대, 마당을 만들고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이 어설픈 지원보다낫다."

-EBS 자체 기획다큐에 대한 지원이 늘지 않은데 대한 비판도 있는데.

"우선은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분배에 역점을 두고 있다. 나도 다큐 분야에서 스타 PD가 많이 나오기를 고대하지만, 몇몇 PD 중심의 자아도취적, 자기만족적 기획은 곤란하다. EBS 위상에 맞는 공익적 내용에, 합리적인 제작일정을 제시한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취임 후 추진한 일들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벌였지만, EBS 내에서나 사회적으로 '문화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소극장 'EBS 스페이스 공감'의 상설공연에 가장 많은 애정을 느낀다. 작지만 알찬 문화공간을 늘리는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수능방송에 대한 평가는.

"사교육비 경감에는 확실히 일조한 것 아닌가. 중소도시의 반응은 가히 열광적이다. e-러닝 활성화의 단초도 제공했다. 일단 1차년도 수능에 충분히 반영돼 신뢰가 쌓여야 한다. 시작부터 '소방수' 혹은 '해열제' 역할을 자처한 만큼 공교육 정상화, '돈발'이 먹히지 않는 평등교육시대로 이어지길바란다."

-문화사시리즈 '명동백작'도 그렇지만, 모든 일에 PD출신 '고석만' 냄새가너무 짙다. 사장 나서서 드라이브를 걸기보다 현장의 창의력을 높여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현장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후배들과 어울려 뛰는 것이 왜 이상한가. 과거에는 사장이 주로 교수 출신의 이상론자,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등 비전문가들이어서 몰라서 말을 못한 거다. 그 탓에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방종'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직원들이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나도 발가벗고 함께 뛰고 있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CEO(최고경영자) 상이라고 생각한다."

-가을개편에서 'TV정치교실'이란 프로그램을 신설했는데, 그 의도는.

"정치도 교육의 한 부분이다. 시사평론가 정범구씨의 사회로, 정치원론에 관해 매주 1개씩 주제를 정해 집중 탐구한다. 특성상 민감한 현안을 다룰수도 있다."

-노조에서는 인력부족을 호소하는데.

"인력충원, 필요하다. 하지만 EBS는 그동안 국가,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일단 고지에 올라가서 '야호'를 외치든지, 맑은 공기를 즐기든지 해야한다."

-재원문제도 심각하지 않나.

"수신료나 광고 배정에 정말 문제가 있다. 공영방송이, 더구나 교육방송이 공적재원과 광고 등 자체수입 비중이 3:7인 게 말이 되나. 수신료 배정 등 공적재원을 확대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계속 협의를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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