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4%대를 넘어선 반면, 수출 증가세는 3개월째 하락하는 등 하반기 들어 경기하강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1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실적(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2003년 8월보다 29.3% 늘어난 198억8,000만달러, 수입은 33.3% 증가한 180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수출액이 2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6개월만이며, 지난 5월 41.9%에 달했던 수출 증가율이 20%대로 하락한 것도 9개월만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한계에 도달한 셈이다.
반면 수입은 고유가 지속과 설비투자 회복세에 따른 자본재 수입 증가로 증가율이 33.3%에 달했다. 이는 지난달(23.2%)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인데, 올들어 월별 기준으로 수입 증가율이 처음으로 수출증가율을 초과했다. 이에 따라 8월 무역수지도 7월(26억8,100만달러)보다 8억달러 가까이 줄어든 18억3,600만달러에 그쳤다.
대내 부문에서는 물가 급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는 7월보다 0.9%, 지난해 8월보다 4.8% 상승했다. 이는 2001년 7월 4.8%를 기록한 이후 3년 1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가 이처럼 치솟은 것은 채소류를 중심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상승한데다가 유가 상승으로 공업제품 가격이 오르고, 시내 버스료 등 공공서비스 요금이 인상된 것이 주된 요인이다. 특히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7월보다 1.5% 올랐고 지난해 8월에 비해서는 6.7%나 상승,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압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조사에서도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일부 호전되기는 했으나, 업황 실사지수는 여전히 기준치인 100에 크게 못 미치는 72를 기록해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수출 감소와 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상황은 비용측면에서 빚어진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안정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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