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얼이 담긴 ‘압사라 춤’을 소개하게 돼 정말 기뻐요. 현대식 건물에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네요.”캄보디아 관광청 차관인 노로돔 라타나데비(25) 공주는 1일 이틀간의 한국방문을 마치고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라타나데비 공주는 캄보디아의 국부인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의 손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앙코르와트 보물전’(12일까지)을 축하하려고 왕실무용단을 이끌고 왔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양국 간 문화교류가 증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실무용단이 5일까지 선보이는 압사라(‘천상의 무희’라는 뜻) 춤은 크메르 민족 전통 무용으로 작년 9월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록됐다. 크메르 문화의 전성기였던 12세기에 꽃피었으며 힌두교 전설에 뿌리를 둔 고유 신화를 까다롭고 현란한 몸동작으로 발전시켰다. 무용수 10명이 환상적인 실크 상의와 치마를 입고 순수를 상징하는 ‘메라의 춤’ 등을 앙코르와트 사원 벽에 새겨진 그대로 재현한다.
내전을 피해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건너간 공주는 법학을 전공한 재원. 세련된 용모에 크메르어,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다.쇼핑을 좋아하는 말괄량이이며 남자친구도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국회의장이자 제1야당 당수인 라나리드 왕세자.
취임 후 한 달 만에 첫 해외 일정을 서울로 잡은 것은 캄보디아 관광객 중 한국인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4, 5위 수준이던 한국 관광객은 올 상반기에만 5만 명을 넘어섰다. 캄보디아에는 중국이나 베트남 정도는 아니지만 한류열풍도 있고 한국산 중고차들이 거리를 누빈다.
전날 만찬을 함께 한 김우림 서울역사박물관장에 따르면 공주는 “캄보디아의 박물관은 겉은 훌륭하지만 먼지가 많고 박쥐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와 보니 전시환경에 따라 작품이 달라보인다는 것을 느꼈다”며 “직원들을 파견해 한국의 전시기법 등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하게 됐다는 공주의 꿈은 “캄보디아가 한국처럼 경제적으로 부흥해 문화를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이라고 한다. 공주는 “캄보디아는 유적도 엄청 많지만 특히 사람들의 품성이 어느 나라보다 착하다”고 자랑하며 활짝 웃었다.
하루 두 차례 열리는 춤 공연은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무료로 관람할수 있다. (02)724-0192
글=박석원기자 spark@hk.co.kr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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