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본회의 직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이 유난히 썰렁했다. 국가보안법 개정 등에 대한 당론을 모으기 위한 자리였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각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선 '수도이전반대 국회의원·지방의원 연석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김문수 이재오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이 주도한 자리였다. 비주류 의원 상당수가 의총 대신 연석회의장을 찾았던 것이다.의총 분위기가 잡히지 않자 임인배 의원은 "누구 맘대로 (수도이전) 반대로 몰아가나.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지"라며 비주류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한나라당 내부 갈등이 수면 아래서 여전하고, 주제를 옮겨 갈등이 계속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연찬회 정면충돌 이후 비주류 측은 박근혜 대표를 공격하는 핵심 카드를 과거사 대신 수도이전 반대로 바꿔 든 양상이다. 더 이상 유신독재 사과,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 등 박 대표의 과거 문제만을 물고늘어지는 것은 약효가 떨어진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의도적 흠집내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래서 당분간은 수도이전 문제에 집중, 주류쪽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측의 수도이전 대책은 "완전 반대"다. 이는 지도부의 신중론 내지 대안 있는 반대와 확연히 차별된다.
비주류측은 9일엔 수도이전반대 국민운동본부 발대식, 10월21일엔 백만인 결의대회까지 열면서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결국 주류 비주류간 갈등은 계속된다는 얘기다. 이재오 의원이 "할 말을 다했으니 침묵하고 지켜보겠다"면서도 "(박 대표의) 정치노선과 방향, 지도력, 자질은 검증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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