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제는 원금까지 탕감해 악성 채무자를 구제하는 장점이 있으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채무자―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는 신용불량 위기해소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우선 채무자 사이에 '대마불사'를 유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형'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가 '가계형'의 소액 채무자가 이용하는 다른 제도보다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회생제는 담보채무 10억원, 무담보 채무 5억원까지를 대상으로 하되, 법원은 최소 채무액을 3억원 이상으로 제한키로 했다.
3억∼15억원의 빚을 진 사람이라면 상당한 재력가일 수밖에 없다. 담보채무가 10억원이라면 강남의 고급아파트나 건물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고, 신용대출 5억원은 고수익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들에 대해서는 원금과 이자까지 깎아 주면서 채무 5,000만원 미만인 배드뱅크 이용자나 3억원 이하인 워크아웃 신청자는 이자만 삭감받을 수 있다. 또 개인회생제는 채무자가 인지대 3만원과 송달비만을 부담하면 되지만, 개인파산제도는 100만∼150만원의 송달비, 광고비, 변호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큰 빚을 진 사람은 혜택이 많은 개인회생제로, 소액 빚을 진 서민들은 문턱이 높은 파산이나, 아니면 이자만 없애 주는 워크아웃 등을 이용해야 한다.
채무자의 소득 중 부채 변제액에서 제외되는 기초 생계비의 기준도 뚜렷하지 않아 적용과정에 혼선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법정 최저생계비의 50%를 할증하고, 피부양 가족수, 거주지역, 연령 등을 사안별로 심사해 정한다는 원칙만 밝혔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작성한 변제계획서 인가에 대해 결정권이 없어 권리를 제한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의 제기가 가능하지만 법원이 채무자의 계획을 인가하면 채권자는 따라야 한다. 채무자가 자영업자인 경우 소득파악이 어렵고, 채무자가 은닉한 재산을 찾아낼 방법도 없다. 법원은 변제과정 중에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모든 절차를 취소한다고 밝혔지만, 적발은 채권자의 몫으로 미뤘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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