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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성공단 칼자루 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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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성공단 칼자루 쥔 미국

입력
200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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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위기와 긴장의 연속이었던 남북관계에 대해 또 “기로에 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자니 상투적이라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굳이 이 표현을 쓴 것은 우리 사회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위기적 전개 모두가 일상적인 구조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면서 변화되는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는 다음과 같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한전쟁의 위기가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6자 회담이라는 틀이 있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며, 남북의 경제협력과 민간교류가 증가하고 있지만 북 핵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한 극적인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상황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남북 정부 차원의 대화가 탈북자 대량 입국과 민간단체의 조문 불허를 계기로 거의 단절되고 31일부터 시작되기로 예정되었던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도 취소되었다.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며 북한이 일정한 명분을 축적한 이후 다시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기존의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남과 북 모두 남북관계에 큰 이해가 걸려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위기적 측면과 발전적 측면이 계속 ‘안정적으로’ 공존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판단이다. 안정적 공존을 위협하는 요인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위협은 북한 내에서 개혁 움직임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정치, 사회적 부작용이 증가하면서 보수파들의 영향력이 강화되거나 북 핵 문제가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미국이 공세적 태도로 전환하는 경우에 발생할 것이다.

이들 모두 기존 남북관계를 유지하는 데 커다란 이해를 갖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북 핵 문제 이외에 북한의 인권문제, 탈북자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남북 정부 사이에 갈등요인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는 2000년 이후 약 4년간 양적인 확대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새로운 계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위의 잠재적 불안요인이 실재화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성공단 시범사업이 올해 내로 시작되게 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사업은 일방적인 지원 논란에서 벗어나 남북 경제협력을 남의 자본ㆍ기술력과 북의 노동력이 결합하는 유기적인 협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 사업에 대한 남측 중소기업들의 반응도 매우 적극적이다.그리고 북한에도 상당한 시장경제 학습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성과의 축적은 북한 내 개혁 동력을 더욱 강화하여 남북관계의 불안정한 측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줄 것이다. 즉 개성공단 사업은 향후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개성공단 사업이 시작부터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의 상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기술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을 고수할 경우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을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거나 팬티엄급 컴퓨터를 북한으로 들여가는 일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는 중국에 대해 1980년부터 최혜국대우를 부여하였고, 83년부터 기술규제를 완화한 선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협의 결과는 동맹을 위해 이라크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의 허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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