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미 공화당의 정강정책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힘과 선제공격론을 바탕으로 한 대외정책의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임을 예고했다.부시 대통령의 공약집과 다름없는 93쪽 분량의 정강정책에서 공화당은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 하에 미국은 더욱 안전해졌다”고 선언했다. 이는 이라크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국제적 협력을 상실함으로써 미국이 유례없는 고립에 처했다고 보고 동맹의 회복을 강조한 민주당의 정강과는 정반대의 진단이다.
공화당은 특히 “어느 국제조직도 미국 지도력의 원칙을 대체하거나 그 원칙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 단독 행동을 불사하는 힘의 외교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정강은 또 “미국은 유엔의 지휘를받는 게 아니다”고 밝혀 ▲미군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권 불인정▲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반대 등 1기 부시 정부의 강경노선도 그대로 추인했다.
이라크 정책에서도 공화당은 “이라크가 안정될 때까지 미군이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밝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국제적 협조 속에 미군의 감축을 제안한 민주당 노선과 선을 그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양 당의 입장 차이는 해결의 방법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공화당은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 향후에도 6자 회담이 기본 틀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6자 회담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북한과의 직접 협상이 북한 핵 문제의 시급성에 대처하는 길임을 강조하는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안정에 대한 기여’를 강조, 주한 미군 역할을 아태 지역으로 확대할 것임을 시사하는 점이 눈에 띈다.
미 국내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 색채를 더욱 뚜렷이 했다. 정강은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금지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자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수용했다. 동성 결혼 허용 여부를 주 정부에 맡기자는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보수층을 다잡고 중도적 유권자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줄기세포 연구 허용 논란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이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연구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고 있다. 공화당의 정강에 대해 테리 매클리프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극단주의적이고 특수한 이해관계로 가득찬 문건”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 한반도 관련 정책 요지
우리는 가장 위험스러운 정권들이 가장 위험스러운 무기들을 보유하는 것을 결코 허용치 않을 것이다. 테러 지원국은 테러를 범하는 나라와 똑같다. 우리는 테러 위협이 급박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대두단계부터 대응할 것이다. 테러범과 대량살상무기(WMD)의 연결 이상으로 큰 위험은 없다.WMD 추구 정권은 커다란 위험과 국제적 고립을 포함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든지 아니면 국제사회 복귀를 통해 국제사회의 도움을 얻든 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미국은 적의 호전적인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선제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아ㆍ태 지역에서 호주, 일본, 한국, 태국, 필리핀과의 동맹은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뉴질랜드와 같은 우방과의 강력한 관계를 통해 보강된다. 일본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이며, 미일 동맹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한 초석이다. 일본이 우리와 공통의 이익, 가치 및 긴밀한 협력에 기초해 아ㆍ태 지역과 전 지구적인 문제에서 지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한국은 미국의 소중한 민주 동맹이다. 두 나라는 대북 경계심을 유지하는 가운데 동맹이 장기적으로 이 지역의 더 광범위한 안정에 기여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국 및 일본과의 공조 속에, 중ㆍ러의 지원 하에 미국은 북한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민은 과거 북한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피를 흘렸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것을 격퇴할 준비가 돼 있다.
공화당은 강력하고 번영하는 중국의 등장을 환영하지만 중국의 민주발전이 핵심 요소이다. 미국은 중국이든 대만이든 현상을 변화시키려는 어떠한 일방적 결정에도 반대한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의거해 대응할 것이다. 미국은 대만의 자위를 도울 것이다.
■전당대회 이모저모
30일 뉴욕 맨해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개막한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스타 연사들은 한 목소리로 “안보 대통령, 조지 W 부시”를 찬양했다.
9ㆍ11 당시의 뉴욕 시장 루디 줄리아니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신념을 지켜가는 것은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이라며 부시 대통령을 “흔들림 없는 바위”에 비유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 아무도 대처하지 못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테러를 끝장내기 위해 수세가 아닌 공세 정책으로 아프가니스탄전과 아리크전을 결심했다”며 부시를 적극 옹호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해“입장을 바꾸는것을 예외로 삼는 게 아니라 원칙으로 삼는 인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000년 대선 경선 당시 부시 공격의 앞장에 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날은 부시의 열렬한 지지자로 변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은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어도 미국에 필요하고 숭고한 임무였다”고 부시의 이라크전 강행을 옹호했다.
그는 또 “우리에게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평화의 오아시스였다고 믿게 하려는 음흉한 영화감독을 비롯 우리의 정적들이 다른 소리를 내게 해서는 안된다”고 ‘화씨 9/11’의 감독 마이클 무어를 겨냥했다. 그러자 5,000여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USA투데이지의 객원 칼럼니스트 신분으로 기자석에 앉아 있던 무어 감독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부시의 재선을 뜻하는 “4년 더” 구호를 외쳤다. 이에 무어 감독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부시의 낙선을 뜻하는 “2개월만 더”라는 구호로 응수했다.
공화당은 전당대회 장소를 9ㆍ11 사건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불과 5㎞떨어진 곳에 잡은 것 외에도 연사들의 연설을 통해 당시의 기억을 반복해 되살리는 등 9ㆍ11 활용에 역점을 뒀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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