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부대의 나팔수가 올해를 끝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게 된다.30일 육군에 따르면 병영 내에서 유일하게 나팔수를 운용했던 육군 화랑부대가 내년에 기계화부대로 개편되면서 나팔수 부대를 없애기로 했다. 무전기와 각종 첨단통신장비로 무장하는 기계화부대에서 진군나팔 연주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화랑부대는 28일 예비 나팔수 40여명을 대상으로 악기 적응, 호흡, 음정 등을 가르치는 1주일간의 ‘마지막 수업’을 끝냈다. 이들은 올해 말까지만 나팔을 입에 물게 되며, 따라서 내년부터는 ‘라이브 연주’가 녹음 테이프의 ‘전자음’에게 완전히 자리를 내주게 된다.
병영 내 나팔 연주는 병사들에게 땀에 찌든 하루의 끝을 알리는 취침신호이자 병영의 아침을 깨우는 기상 신호였다. 국기 게양식 및 하강식에서는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전시에는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진군신호로도 이용됐다. 이 때문에 예비역들에게는 고된 병영 시절의 아득한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소리이기도 하다.
중대급 부대마다 2대씩 보급됐던 나팔이 차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 각급 부대에 방송시설이 갖춰지면서 인력 운용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속속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전군에 마지막 남은 나팔수 교관 2명 중 1명인 화랑부대 김주현(42) 상사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세월이 바뀌면 군대도 변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된 나팔수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는 “2년 전 수해로 강릉지역에 전기가 끊겨 최첨단 통신수단과 방송장비가 무용지물이 됐지만 각 중대 나팔수들이 지칠 줄 모르고 불어대는 나팔소리에 맞춰 수천명의 병력이 수해복구에 나섰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김정호 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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