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0일 모처럼 직접 나서 야당을 맹비난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이 28일 의원 연찬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노골적 욕설 등이 들어간 연극을 공연했기 때문이다.청와대 수석·보좌관들은 이날 일일현안점검회의 개의 직전에 "대통령을 비하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연극 사건에 대해 개탄하고 충격을 금치 못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김만수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한 참석자는 "국민들 앞에서 미소만 보여주던 박 대표가 저열하게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의원들의 연기를 보면서 웃는 모습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위선의 가면을 벗어 던진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의 커밍아웃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다른 참석자는 "제1야당 의원들이 몰상식한 비속어와 욕설로 국가원수를 모독한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국민 세금으로 세비를 받는 의원들이 정책이나 노선의 비판이 아닌 감정적 언어로 국가원수를 모독해서 국민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민주주의 성지인 호남에 가서 과거 유신과 독재 탄압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하기는커녕 저열한 연극을 한 것은 호남과 5·18에 대한 모독"이라고 맹비난했다.
열린우리당도 이날 한나라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 포문을 열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의 광기가 되살아난 것 같다"며 "육두문자, 성적 비하까지 들어간 연극을 공연한 상대를 어떻게 국정 파트너를 삼아야 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앞으로 저질 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풍자극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한발 비켜서려 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청와대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일단 유감스럽다"면서도 "여권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정권의 국정 수행이 엉망진창이라고 자기 고백하는 셈"이라고 맞받아쳤다.
의원 극단 '여의도' 대표를 맡고 있는 박찬숙 의원은 "연극에 나오는 욕은 추임새 정도로 받아들여야지 그것을 저주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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