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모인 예음클럽의 옛 친구들. 지금은 모두 음악계의 기둥이 된 연주자들이다. 앞줄 오른쪽이 이택주.서울 광화문에 150석의 작은 연주장 ‘예음홀’이 있었다. 실내악모임 예음클럽의 둥지이자, 가야금산조의 유파별 연주시리즈 등 참신한 기획공연이 이어져 음악 좋아하는 이들이 아끼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예음홀도 없어지고, 예음클럽도 해체됐다. 1997년 말의 일이다. IMF 사태의 충격파였다. 86년 첫 연주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매달 한차례 무대에서 만나던 예음클럽의 정든 얼굴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조촐한 홀에 울리던 음악의 추억만 남았다.
예음클럽은 지금은 없어진 예음문화재단이 84년 월간 ‘객석’을 창간하고, 공연사업을 펼치면서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실내악 모임.
뜻맞는 연주자들이 모여 처음 피아노5중주로 시작해 차츰 다양한 악기들이 들어오면서 목관5중주 등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기존 멤버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새 식구를 받아들였다. 실내악은 개인기량도 중요하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더욱 중요해서다.
음악계의 든든한 기둥이 된 많은 연주자들이 거쳐갔다. 마지막 멤버는 김용배 김대진 김금봉(피아노), 이택주 김순영(바이올린), 오순화 김상진(비올라), 박상민(첼로), 안동혁(더블베이스), 김형섭(오보에), 김동진(클라리넷), 김충배(바순), 이희철(호른). 실내악 무대가 드물던 시절이라 이들의 연주는 단비 같았다.
매달 예음홀에 개근하는 관객들이 있을 만큼 사랑을 받았다. 1년 연주일정과 프로그램을 전년도 말까지 확정해 진행하는 앞선 기획을 선보였고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을 비롯해 브람스, 슈베르트, 모차르트의 실내악 전곡연주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것도 예음클럽이었다.
예음클럽의 옛 친구들이 7년 만에 다시 모인다. 9월2일 오후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실내악을 연주한다. 월간 ‘객석’의 창간 20주년을 축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원년 멤버로 예음클럽이 해체될 때까지 쭉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바이올리니스트 이택주(이화여대 교수, 예술의전당 음악감독)는 “언제 또 모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소중한 자리인 만큼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다.
김용배 김대진 김금봉 이택주 김순영 안동혁 이희철 등 예음클럽에서 우정을 나눴던 13명과 객원으로 초청한 트럼펫 연주자 안희찬까지 14명이 출연한다. 연주곡은 생상의 7중주 작품 65, 풀랑의 피아노 6중주,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 ‘송어’. 모두 피아노를 포함한 실내악 곡이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지난 18일 ‘객석’ 발행인 윤석화 대표가 운영하는 대학로의 소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객석’ 창간 20주년 기념모임에도 실내악 연주가 곁들여졌다.
이 행사에 참석했던 이택주는 “뜻밖에도 ‘정미소’의 음향상태가 아주 좋아 실내악 전용홀로 써도 좋겠더라”며 “우리끼리 ‘정미소’를 실내악 공간으로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 개인활동에 바빠서 예전처럼 정기적으로 함께 연주하기는 어렵겠지만, 예음클럽의 오랜 경험을 살려 실내악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것이 멤버들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공연문의 (02)3672-3001
/오미환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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