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인하 이후 시중자금은 주식시장을 외면한 채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투자 상품에 몰리고 있어 경기부양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대한투자증권은 30일 “최근 총 은행, 투신, 종금사 총수신규모의 49%에 해당하는 400조원에 가까운 엄청난 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6개월 미만 단기상품에 머물고 있어 안정적 경제운영에 큰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 국내자금, 주식시장 외면 여전
한국은행은 12일 콜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주식시장과 관련된 자금 지표들에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신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콜금리 인하 전일인 11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종합주가지수가 60포인트 가까운 급등하며 거래소시장 시가총액이 26조3,000억원 증가한 반면 고객예탁금은 7조9,796억원에서 약 8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일임형 랩어카운트도 11일 이후 수탁고가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 선두업체인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모두 콜금리 인하 이후 일임형 랩 잔고가 100억~200억원 정도 줄어들었고, 채권형을 주로 판매하는 현대와 대신증권만 늘어났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채권값이 상승하자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에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주가가 단기급등 양상을 보이면서 하락 부담이 커져 증시 투자가 더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 간접투자도 채권형에만 쏠려
투신권이 판매하는 펀드 역시 초단기 채권형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투신권 전체 펀드 중 ‘이자소득 추구형’의 경우 27일 기준 설정 잔고는 59조9,420억원으로 전체 설정 잔고 159조4,260억원의 37.59%를 차지, 지난해 말 31.63%에 비해 5.96%포인트 증가했다.
이자소득 추구형 펀드 중에서도 MMF 등 단기채권 펀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주식 편입 비중이 70% 이상인 ‘고성장 추구형’은 10조4,470억원으로 전체의 6.55%에 불과했다. 2002년 말 10.95%, 지난해 말 10.55% 등과 비교할 때 급속하게 감소하는 모습이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시중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며 단기 상품에 ‘잠시 맡겨두는’ 형태의 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추가 부양대책 시급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중자금의 증시 투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나 실제 경제의 개선 징후 등이 나타나야 자금 안정화가 시작될 것이며, 그 시기는 내년초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일투자증권 김기봉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몇 년간 개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워낙 크게 손실을 봤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에 적극 참여하기 어렵겠지만, 가계의 잉여자금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어 내년 초에는 주식시장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으로든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대투증권 이준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콜금리 인하는 기대했던 경기 부양 효과를 주지 못한 채 채권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는 것이 분명해 졌다”며 “주식시장 등 중장기 자금시장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아야 하며, 시중 금리도 완만한 상승 쪽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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