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에 대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탈당 요구로까지 번졌던 당내 갈등이 30일 일단 소강국면에 들어갔다. 양측 모두 확전을 피한 것이다.그러나 연찬회를 거치며 정치적으로는 물론 감정적으로도 돌이키기 힘들만큼 틀어져버린 양측이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 및 유신사과 문제 등을 둘러싸고 다시 정면 충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대립의 이면엔 2007년 대선에 대한 각기 전혀 다른 계산이 깔려 있어 양측의 화해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박 대표측은 이재오·김문수 의원을 축으로 하는 수도권 비주류의 공세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비주류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 유신사과 요구는 박 대표를 조기에 낙마시켜 비주류를 뒤에서 조종하는 제3자를 대표 또는 차기 대선후보로 옹립하려는 밑그림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다.
주류는 30일 "할 말을 했다"며 박 대표를 적극적으로 감쌌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박 대표의 지적이 대략 맞는 것 아니냐"며 "소수에 불과한 비주류의 행동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본 박 대표가 따끔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측은 "당원이 뽑은 대표를 인정하지 않고 우리당 2중대나 하겠다면 탈당하는 게 옳다"며 "박 대표의 강한 리더십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예상치 못한 박 대표의 공격을 받은 이재오·김문수 의원 등은 적잖이 당혹해 했다. 대응 수단이 준비돼 있지 않은 까닭이다. 이 의원은 이날 "당이 잘못되면 새롭게 만들어야지 왜 탈당하느냐"며 "박 대표체제가 들어서면 탈당하겠다는 얘기도 다소 와전된 것"이라고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우리의 문제제기는 사감이 아니라 나라와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뜻"이라며 "박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계속 정당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 대표의 반격을 '제2의 유신선포'라며 비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머지 의원들은 "양측 모두 잃은 게 많았던 충돌"이라고 양비론을 편 가운데 박 대표의 포용력 부족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박희태 국회부의장은 "박 대표가 좀 더 느긋하게 대응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중진은 "강한 것만이 리더십은 아니다"며 동조했다.
박 대표를 지원해온 개혁 소장파들도 "비주류가 밉다고 유신사과 등 적절한 지적까지 묵살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이날 "당이 잘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언급했으니 널리 이해해달라"는 선에서 말을 삼갔다.
구례=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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