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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아트'

입력
200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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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트’는 이미 검증 받은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가1994년 선보여 96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98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각각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잇따라 석권하고 35개 언어로 번역 공연됐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이지나와 황재헌의 연출로 각각 무대에 올랐다.‘하얀 바탕에 자세히 보면 하얀색 줄이 쳐있는 것처럼 보이기도’하는 1억8,000만원짜리 그림 한 점 때문에 20년지기 세 사내의 우정에 틈이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얘기다.

지방 전문대 교수 규태, 잘 나가는 피부과 의사 수현, 문방구 주인 덕수.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이들은 서로 다른 계층에 속하게 되고, 같이 있어도 함께 웃지 않는 사이가 됐다. 다른 중년들의 인생사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그들의 상황이 보편적이라는 게 일단 원작의 매력이다.

속물스러운 의사와 뒤바뀐 처지가 못마땅한 교수, 그리고 나름대로 성공한두 친구의 비위를 맞추며 왔다갔다하는 문방구 주인인 세 주인공의 캐릭터도 선명하다. 거기다 이번 무대가 대학로 데뷔인 연출가 황재헌(29)의 번안 역시 나무랄데 없이 2004년 한국의 세태를 정교하게 버무려내고 있다.

특히 2004년판‘아트’는 정보석-이남희-유연수(화ㆍ목ㆍ토요일), 권해효-조희봉-이대연(수ㆍ금ㆍ일요일) 두 팀으로 출연진을 구성해 동일한 작품이면서도 서로 다른 두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흥행적 요소도 노리고있다. 방송, 영화, 연극 등에서 인정 받은 실력파 배우들이라 관객은 어느쪽을 선택해도 상관없다.

11년 만에 연극무대에 서는 정보석이 성격이 불 같은 규태를 좀더 본능적으로 그려낸다면, 권해효는 규태를 시니컬해 보이는 인물로 비쳐지게 한다. 줏대없는 덕수의 유연수, 이대연은 코미디로서 작품의 무게중심을 잡기에 손색 없는 연기로 폭소를 끌어내곤 한다.

혹시라도 배우들의 예기치 못한 실수라도 일어난다면 모를까, 1시간40여분 시원하게 웃고 공감할만한 무대이다. 10월3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 (02)764-8760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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