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집안의 사형제가 부부동반으로 강원도 영월에서 모였다. 그곳의 어느 한적한 유원지나 식당에서 모인 것이 아니라, 한 형제의 장인어른이 돌아가셔서 그곳 읍내에 있는 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모였다. 사돈이 세상을 떠나는 자리라 아버지 어머니도 강릉에서 오셨다.그렇게 부모님과 형제가 모두 모이는 자리는 명절 말고는 쉽지 않다. 여름휴가 때에도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형제들 모두 시골집 마당에 모였던 게벌써 수년 전의 일이다. 앞으로도 명절이 아닌 때에 형제가 다 모이는 자리는 이번 일처럼 누군가 큰일을 겪을 때 말고는 없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을 넘긴 다음이어서인지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이 지난 봄보다 수척해 보인다. 일흔이 훨씬 넘은 연세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식사를 하던중에 이 주머니 저 주머니를 뒤져 며느리들에게 올라가다가 무얼 사 먹으라고 용돈 몇 만원씩을 나누어준다.
다들 괜찮다고, 저희들도 돈이 있다고 하자 “있어도 받아라. 내가 언제까지 이럴 수 있겠느냐.”고 말씀하신다. 그 말이 아버지와 동갑이신 사돈어른의 장례식장에서 하시는 말씀이라 더욱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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