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이란 담당 정보분석관이 친 이스라엘 로비단체에 정보를 빼돌린 혐의를 잡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첩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중동 정책과 관련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27일 사건을 폭로한 CBS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국방부의 이라크ㆍ이란주무 부서인 근동ㆍ남아시아국의 이란 담당 래리 프랭클린이 친 이스라엘로비 단체인 이스라엘홍보위원회(AIPAC)에 대통령의 이란 정책 지침 초안등 기밀을 유출했다. FBI는 이 정보가 이스라엘에도 전해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도청 자료 등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 이르면 금주 초 프랭클린을 체포할 예정이다.
뉴스위크 최신호(9월6일자)는 프랭클린은 지난해초 FBI가 감시하던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과 AIPAC 인사의 접촉에 나타났다가 꼬리를 밟혔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이번 사건이 정보 유출을 넘어서는 매우 민감한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중동 정책에 이스라엘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아랍권의 의구심을 부채질하고,부시 행정부의 중동 민주화 정책의 배경에 대한 불신도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랍뉴스는 “프랭클린이 정보 유출을 넘어 미국의 이스라엘 편향 정책 형성에까지 힘을 보탰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랭클린은 이라크전 개전을 주도하고 대 이란 강경 기조를 이끄는 폴 월포위츠 국방 부장관, 더글라스 페이스 국방차관 등 국방부 내 유태계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직계 라인. 직속 상관인 윌리엄 루티 근동ㆍ남아시아담당 차관보는 이라크전 등 국방부 특별 계획을 관장했고, 월포위츠 페이스와 함께 이라크개전 명분 확보를 위해 이라크 관련 정보를 왜곡 과장한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그는 공군장교로 이스라엘 등에서 근무했으며 20여년간 국방정보국(DIA)에서 일하다 2001년 네오콘과 함께 국방부에 입성했다. 국방부는 고위직이 아니라고 물타기를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란 정책에 있어선 최고 기밀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1985년 이스라엘을 위한 간첩 혐의로 체포돼 종신형을 받은 유태계 미 해군 정보분석관 조나단 폴라드 간첩 사건 이후 대미 정보 공작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간첩 사건이 사실이면 이스라엘은 최대 후원자인 미국과의 관계 냉각이라는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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