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大法 2부-3부 두달새 엇갈린 판결/軍자살 유공자인정 "미묘한 差"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大法 2부-3부 두달새 엇갈린 판결/軍자살 유공자인정 "미묘한 差"

입력
2004.08.30 00:00
0 0

대법원이 군복무 중 자살 사건에 대해 최근 두 달 사이 엇갈린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두 사건 모두 상급자의 가혹행위 등이 인정됐음에도 피해자의 선택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는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차이로 판결이 갈렸다.대법원 3부(주심 변재승 대법관)는 29일 군대 상급자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A씨의 유족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서울북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 3월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국가유공자예우법은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 매월 생활수당 및 학자금 등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관련 법은 국민의 애국정신 함양 등의 취지에 따라 국가유공자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상급자의 가혹행위가 자살의 원인이 됐다는 점만으로는 유공자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가혹행위가 A씨의 자살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A씨가 나약한 성격 탓에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잘못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는 지난 5월 군에 입대해 의무경찰로 근무하다 상급자의 가혹행위 등을 못이겨 자살한 B씨의 유족이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내성적 성격의 B씨가 낯선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급자들의 가혹행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발병했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 자살에 이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는 1999년 12월 입대한 뒤 내성적인 성격으로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욕설, 구타 등 상급자의 가혹행위와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이듬해 3월 자살했으며, 2000년 입대한 B씨 역시 욕설과 구타로 불면증세를 보이며 우울증까지 걸렸으나 상급자들의 눈치가 보여 치료를 중단했다가 이듬해 1월 외박을 나가 공사현장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에는 '자유로운 의사로 자살을 결정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됐다. 국가유공자예우법은 직무수행 중 사망한 경우라도 고의 또는 자해행위에 의한 경우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대법원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살을 한 경우 자유로운 의사와 상관없는 것으로 본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의식적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군내 자살 사건은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정도, 유서 내용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며 "두 경우 모두 상급자의 가혹행위가 자살의 동기가 됐다는 데는 재판부가 의견을 같이 한 만큼 국가유공자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