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월남전에 참전한 장병의 아들을 처음으로 '고엽제 후유증 2세 환자'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고엽제 후유증 환자 자녀들에 대한 최근 조사 결과를 반영, '2세 환자'의 증상을 폭 넓게 인정한 것이어서 유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그동안 법원은 척추이분증 등 3가지 증상에 한해 인정하도록 한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 지원법'을 엄격히 적용해 왔다.
서울고법 특별11부(박국수 부장판사)는 29일 팔·다리 마비 증세를 앓고 있는 A(29)씨가 "고엽제 후유증 2세 환자로 인정해 달라"며 서울남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의 아버지는 1972년 7월∼73년 2월 월남전에 참전했으며 이후 폐암에 걸려 고엽제 후유증 환자로 등록됐다. 아버지가 제대한 뒤 태어난 A씨는 "마비 증세는 아버지의 고엽제 후유증이 유전됐기 때문"이라며 2세 환자로 등록해 줄 것을 신청했으나 보훈청은 "A씨의 증세는 고엽제 후유증이 아닌 어릴 적 뇌성마비에 의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뇌성마비로 증세가 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의학적으로 뇌성마비가 팔·다리 마비의 유일한 원인으로는 밝혀지지 않은 만큼 고엽제 후유증으로 척추가 손상돼 마비 증세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근 많은 역학조사에서 고엽제 후유증 2세의 선천성 기형으로 뇌성마비, 언청이, 저능아 등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고엽제와 뇌성마비 사이에 관련성이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엽제 후유증 2세 환자로 인정될 경우 월 54만∼84만원의 수당이 지급되는데 지난달 말 현재 국가보훈처가 관련 법에 따라 2세 환자로 인정한 사람은 46명에 불과하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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