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이 외국인 인질 석방조건으로 해당국 종교정책의 철회를 들고 나와 인질극이 새로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아랍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는 28일 ‘이라크 이슬람군’이라는 저항단체가지난 주 실종된 크리스티앙 셰스노(사진 왼쪽)와 조르주 말브뤼노 등 프랑스 기자 두 명을 납치한 뒤 이들의 석방조건으로 48시간 내 프랑스 공립학교에서 이슬람 머리 스카프 착용을 금지한 법의 철회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라크에 3,000여 명의 병력을 파병한 이탈리아에 파병철회를 요구하며 최근 이탈리아 언론인 엔조 발도니를 납치해 살해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건은 피랍인 소속 국가에 파병 철회를 주로 요구했던 지금까지와는 성격이 판이한 것이어서 저항세력이 외국인 납치에 따른 명분을 확대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언론인들이 납치된 뒤에도 프랑스가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에 처음부터 반대해 왔다는 점을 들어 이들을 석방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심 기대해 왔다. 피랍된 기자의 소속사인 국영 라디오 프랑스와 르 피가로도 두 기자의 생존을 확신하며 석방을 낙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는 뜻밖의 요구조건이 제시되면서 긴장과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저항세력은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이슬람 여성들이 즐겨 쓰는 머리 스카프를 공립학교 내에서 착용하지 못하도록 한 프랑스 법률은 이슬람교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법률이라는 주장을 폈다.
프랑스 정부는 일단 법 재검토는 고려치 않는다는 입장이나 이들 저항세력이 어떤 배경에서 이 같은 요구조건을 내걸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급조된 명분이라면 협상을 통해 철회시킬 여지가 있겠지만 이것이 새로운 납치 전략이라면 사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저항세력은 3월 제정된 공립학교 내 종교상징물 착용 금지법이 다음달 2일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발효되는 점에 착안해 이런 요구를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500만 명의 이슬람교도들이 살고 있는 프랑스는 법 제정 당시에도 무슬림들의 강력한 반대를 받았지만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워 법 제정을 강행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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