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복구비용으로 이미 다 써버린 돈을 무슨 수로 마련합니까."26일 법원이 1998년 중랑천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서울시에서 받은 보상금 18억4,000여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데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 노원구 중랑천 주변 주민 110명이 국가와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과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보상금을 받은 것은 2000년 10월∼2001년 8월. 통상 재판이 모두 끝난 후 보상금을 받는 게 원칙이지만 당시 피해 복구비용이 급했던 주민들은 재판부의 판결대로 1인당 평균 1,670여만원을 미리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불가항력적인 재해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서울고법은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은 지 3년여가 지나 뒤늦게 "보상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하기에 이르렀다.
공릉동에서 이삿짐센터를 운영했던 오모(53)씨는 "당시 지하창고가 물에 잠겨 이삿짐 1억원을 변상해 줬지만 보상받은 것은 2,700만원뿐이었다"며 "피해의 절반도 보상받지 못했는데 줬던 돈까지 다시 내놓으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전승재(57)씨는 "식당이 잠겨 1,800만원 정도 손해를 봤지만 이후 잇따른 수해로 주변 공장들이 죄다 떠나버리는 바람에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등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카센터를 운영하는 이강춘(53)씨 역시 "수해로 가게마저 날린 마당에 돌려줄 돈이 어디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다시 상고할 수는 있지만 대법원이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이 판결 이후에는 연 20%의 이자가 붙기 때문에 무턱대고 재상고했다가 반환 금액만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사정이 딱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세금으로 걷은 돈을 임의로 집행할 수 없는 만큼 최대한 환수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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