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9등급제가 도입돼 수능이 사실상 자격고사화함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도가 한층 중요해졌다. 그러나 학생부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성적부풀리기와 치맛바람, 명확한 기준의 부재 등으로 학생들의 실력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고교들이 이런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근본부터 개혁되지 않는다면 새 대입안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확한 학생부 성적 산출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는 일선 학교의 성적 부풀리기는 교육계의 입을 통해서도 확연히 입증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6월 교원, 교육전문직, 중등 교장 등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만연하다'는 응답이 무려 91%에 달했다.
국내 거의 모든 고교가 학생부 성적을 엉터리로 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학생의 내신성적은 정비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맛바람에 따른 학생부의 왜곡은 심각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학생부 신뢰 회복을 위한 몇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2006년부터 교사의 교수 및 학습계획, 평가계획 및 내용, 평가기준을 공개하고 대학이 요청할 때 학교 홈페이지나 학교교육계획서에 이를 게재하겠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사별 평가를 도입하고, 고교 진학지도와 대학별 학생선발 자료 정보를 고교와 대학이 서로 공유케 할 방침이다. 교사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부 성적 산출과 관련, 교사의 권한이 명백하지 않고 잘못된 평가에 대해 책임도 묻지 않는 현 교육 시스템 하에서 아무리 다른 시책을 시행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참교육학부모회 박경량 회장은 "학생부 성적의 공정성과 신뢰 회복은 성적을 잘못 매겨도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며 "학교 현장이 먼저 변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학생부 신뢰를 담보하는 조건으로 교사들의 평가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 교수는 "지금 같이 교사가 일에 파묻혀 있으면 학생부를 대입전형의 중요 요소로 삼을 수 없다"며 "교원 증원과 교사평가강화 등의 방법을 통해 정확한 학생부 성적 산출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노력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성균관대 입학처장을 지낸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황대준 원장은 "고교 성적이 좋은 학생이 대학 학업성취도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교사의 과도한 업무부담을 줄여 학생들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게 하고 추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학교와 교사가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교육시스템 구축이 새 대입제도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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