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중국 두만강 인근 지역에서 북한으로 납치된 탈북자 출신 진경숙(25·사진)씨의 남편 문정훈(27)씨는 27일 "하루빨리 아내가 두 살 난 아들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같은 탈북자인 문씨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실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진씨가 괴한에 납치될 당시 상황을 상세히 공개하고 "아내는 북한의 방첩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에 납치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북송 재일교포 출신인 진씨의 어머니 박신애(58)씨는 "내가 조선(북한)에 귀국한 것이 잘못이지 딸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울먹이면서 진씨의 구명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문씨는 기자회견에서 진씨가 보위부에 끌려갔다고 알려 준 조선족 허모씨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허씨는 22일 녹음된 전화 통화에서 "보위부에서 진씨에 대한 조사가 다 끝났으며 2,000달러만 주면 진씨를 빼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총장은 "북한을 오가는 조선족을 통해 진씨가 현재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도 보위부로 이송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 총장은 "북한 당국은 즉각 진씨 납치테러 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진씨를 조속히 송환하라"며 "정부 역시 대북지원을 일시 중단하고 진씨 구명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진씨는 2002년 10월 가족과 함께 탈북해 99년 먼저 남한에 온 문씨와 지난해 9월 결혼했다. 이들은 백두산을 보고 싶다는 진씨의 평소 희망대로 지난달 16일 뒤늦게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납치된 당일 오후 8시30분께 진씨는 북한에 사는 삼촌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시 난핑(南平)진 두만강가에 갔다가 잠복해 있던 5명의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흉기를 든 괴한과 몸싸움을 벌이다 두만강에 뛰어 들어 겨우 변을 피하고 진씨만 괴한에게 끌려갔다고 문씨는 설명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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