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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선방 가는 길/정찬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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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선방 가는 길/정찬주 지음

입력
200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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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 가는 길정찬주 지음

열림원 발행/1만1,000원

‘이 곳은 스님들이 수행정진하는 선원입니다. 참배객 등 외부인의 출입을 금합니다’

산문 안 절을 관광지쯤으로 아는 터수라도 고찰이나 거찰의 대웅전이며 적멸보궁 처마에 들 때와, 골 깊이 숨어 앉은 선원(禪院) 입구에 ‘외부인 출입금지’ 표지판을 대할 때의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정낭’이라도 턱 걸쳐져 있으면 그 탈속의 위엄이 야속해지기까지 하다.

‘선방 가는 길’은 그 너머에 들어 화두에 매달려 온 선승들의 일상과 그들의 선문선답, 선방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암자로 가는 길’등 명상적 산문과 소설로 정진해 온 정찬주씨가 썼다.

책에는 좌선에 들면 몇 날 며칠을 넘기기 예사라 절구통 수좌로 통하는 법전 스님이 비구계를 받게 된 인연과 스승인 성철 스님에게서 물벼락을 받은 사연 등 고승들의 일화와 가르침이 알쏭달쏭한 선담 속에 담겨있다.

연전에 입적한 서옹 큰스님에게 물었더란다. “불교란 무엇입니까?” “제정신으로 깨어서 살자고 보채는 종교지.” 스님은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냐”는 물음에는 “대화가 물 흐르는 듯한 사회”라는 말씀을 남겼다.

해인사 소림원의 용맹정진은 유명하다고 한다. 안거 때마다 일주일 동안 잠을 자지 않는 장좌불와가 기본이고, 삼십 분 이상 자거나 자리를 뜨면 즉각 퇴방. 그들에게 8년 장좌불와로 인간정신의 극점을 보인 성철 스님은 단연 귀감이다. 하루는 수행자가 성철 스님께 ‘공부가 안 된다’고 하소연을 했나 본데 스님은 꾸짖음으로 대답했다. “니 정말 공부해봤노.”

책은 오대산 상원사의 청량선원이며 제주도 서귀포의 남국선원 등 우리 땅산중 골골이 터잡은 선방의 기행문이기도 해서, 선원이 품은 선방 앞 뜰의 모란꽃이며 뒤뜰 산벚나무, 부도며 석탑 탑비도 나온다. 대개가 저자의 기억과 경험에 얽힌 명상적 지혜에 닿아 있는 풍경들이다.

2부는 달마에서부터 혜가 혜능 조주 임제로 이어지는 선객들의 계보를 소설처럼 엮었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구도의 실천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된다. 선방의 깊은 풍경을 담은 선기(禪氣) 있는 사진도 적잖이 실려 있다.

/최윤필기자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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