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3국간 역사전쟁이 격해지면서 틈바구니에 낀 우리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가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문화·역사전쟁을 대비하라'며 정부의 분발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양국과의 현실적 외교관계 고려와 역사왜곡에 대한 분노라는 국민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한중간 고구려사 왜곡 논란이 일단락된 가운데 26일 한일간 역사전쟁이 재발했다. 일본이 '국민을 지키고, 주장하는 일본외교'라는 국익외교 강화안을 2005년 외교시책으로 제시하고 독도,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등 영유권 분쟁에 대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도쿄도(東京都) 교육위원회가 도립 중학교 역사교재로 후소샤(扶桑社)가 출간한 왜곡교과서를 채택하면서 상황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고구려사 논란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일본의 공세로 문제가 발생했고 한국은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일본의 왜곡교과서 채택에 대해 "젊은 세대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고 우호관계 구축 노력에도 지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점잖은 논평을 내놓았지만 동북아 역사전쟁 격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국익외교 강화 방안이 동북아 3국의 역사·영토전쟁에 불을 붙일 게 뻔하지만 우리 정부는 양국의 공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심은 깊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는 게 정부의 현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고구려사와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는 왜곡 중지와 시정을 요구한다는 원칙이 확고하지만 양국과의 우호관계 손상도 방지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정부가 동아시아 전체의 틀에서 역사전쟁의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기적인 외교적 대응에 급급해 실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는 "일본 중국의 역사, 영토 관련 공세에 정부가 흐리멍덩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을 자초했다"며 "해묵은 역사왜곡논쟁에 대한 장기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역사전쟁은 결국 논리싸움이며 역사를 보는 눈의 문제"라며 "문화사관과 평화사관에 입각해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세계 여러나라에 공감대를 형성해 중국과 일본의 제국주의적 역사관을 압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미강 일본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장은 "국수주의적 대응 대신 공동교과서 채택, 토론회 등으로 3국이 역사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10년 이상의 장기 계획 아래 역사교육 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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