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도 대법원에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양심의 자유'가 중요하긴 하나 병역의 의무는 국가존립과 관련된 것으로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물론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입법보완 권고조항을 달기는 했지만, 이를 '강제'하지 않음으로써 순전히 입법자의 재량에 맡겼다.주목할 것은 이번 헌재 판단이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 가치 중에서 어느 것을 우위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보다, 대체복무에 대한 입장피력에 대부분을 할애했다는 점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병역법 조항의 위헌 여부는 '입법자가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전제한 뒤 대체복무에 대한 9명 재판관의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 다수의견 중 윤영철 재판관 등 5명은 먼저 대체복무 도입이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지, 아니면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올지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전반적 안보상황, 병력 수요, 대체복무제 도입시 전투력의 변화, 병역의무의 평등한 분담에 대한 사회적 요구 등 복잡한 요소들 때문에 대체복무가 도입되어도 국방력 유지에 아무런 손상이 없다는 낙관론과 국가역량 손실과 병역제도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부정론이 대립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 불능성을 이유로 5명 재판관은 "대체복무제 도입을 허용하지 않은 입법이 명백히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인정, 입법보완을 권고했다.
이들 5명 외에 권성, 이상경 두 재판관은 병역거부자들이 주창하는 '양심'이 "보편성을 띤 양심이라고 볼 수 없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한 것도 사법적 판단을 벗어난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소수의견을 낸 김경일, 전효숙 재판관은 "군복무자와의 형평성을 파괴하지 않는 수준의 현실적인 대체복무 도입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단순히 의무를 저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병역의무 못지않은 다른 봉사방법을 마련해 달라고 간청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도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다른 나라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엄격한 사전심사절차와 사후관리를 통해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가려낼 수 있고 형평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