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千의 정치력"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요즘 측근들에게 "원내대표로서 실질적 임기는 이번 정기국회 100일"이라며 "잠이 잘 안 올 정도"라는 말을 종종 한다. 정기국회를 앞둔 그의 심적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정기국회는 '정치인 천정배'의 능력이 실질적 검증을 받는 시험대다. 그는 수많은 개혁입법 과제를 예정대로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개혁입법 과제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는 점이다. 야당의 반대는 차치하고, 당내 의견을 모으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냐 개정이냐를 놓고 당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언론개혁,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당내 강경파와 신중론자의 이견이 크다. 하지만 정치적 동반자였던 정동영 전의장이 입각하고, 뒤를 이은 신기남 전의장 역시 부친의 친일행적 파문으로 도중 하차해 천 대표가 당내에서 의지할 언덕은 예전만 못하다.
야당의 벽도 여전히 높다. 천 대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던 기금관리기본법을 야당의 반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정기국회로 미뤄놓았다. 때문에 그는 "의원들의 일치단결만이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는 힘"이라고 누차 강조한다. 한 측근은 "자기주장이 강한 우리당 의원들의 성향도 고민거리지만, 대야 설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천 대표가 25일부터 국회 운영위원장실 옆 사무실에 간이 침대와 침구, 옷가지 등을 갖춰 놓고 '야전 생활'을 시작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국회에서 숙식을 한다는 각오다. 필요에 따라선 국회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을 생각이다.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한 천 대표의 정기국회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주목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해석 분분한 "金의 속마음"
충실한 조력자인가, 반역을 꿈꾸는 잠재적 경쟁자인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옆에 선 김덕룡 원내대표의 속내를 묻는 선택 의문문이다. 당 밑바닥에 늘 깔려있던 이 물음은 최근 의원들의 5·18 묘역 집단 참배 논란과 결부돼 새롭게 떠올랐다.
이방호 안택수 박종근 의원 등 영남 보수파들은 24일 박 대표를 만나 "김 원내대표를 믿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김 원내대표의 노림 수는 "자기 세력을 배타적으로 심어 당을 장악, 박 대표의 실권(失權)을 틈타 당권을 가로채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박 대표 흔들기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들은 박 대표가 "이벤트성"이라며 반대했던 5·18묘역 집단 참배를 원내대표단이 은근 슬쩍 관철시키려 한 것을 예로 들었다. "5·18참배는 호남 출신인 김 원내대표의 위상 강화책"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DR계 당직 독점'도 격한 성토 대상이 됐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측은 이에 대해 "영남 보수파들의 이간질에 불과하다"며 "김 원내대표는 박 대표의 충실한 조력자"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과거사 규명 등 현안을 두고 박 대표를 적극 보호하고 앞장서 총대를 메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때문에 김 원내대표가 '딴 맘'을 먹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당사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그라지지 않았다. 영남 보수파들은 9월 정기국회에서 '예결위 상임위화'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다시 한번 김 원내대표를 정 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까진 박 대표의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꿈도 키울 수 있었지만, 조만간 양자택일을 해야만 할 순간이 닥쳐올 것으로 당 안팎에선 보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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