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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맛보세요 비싸도 다시 찾을거에요/명품먹거리를 만드는 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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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맛보세요 비싸도 다시 찾을거에요/명품먹거리를 만드는 장인들

입력
200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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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 백화점에서 선보이는 추석선물세트 중에는 쉽게 보기 어려운 귀한 식품들이 있다. 최근 웰빙 트렌드가 거세게 일면서 고가 명품 선물세트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이러한 명품 식품 뒤에는 수십년간 한 우물만 판 ‘재배의 달인’들이 있다. 그저 농사를 오래 짓다 보니 ‘좋은 상품이 나오더라’는 정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재배법을 연구하고 개발한 끝에 명품을 탄생시킨 장인들이다. 똑같아 보이지만 따져보면 뭔가 다른 그 무엇이 이들의 손에서 나온다.

신세계가 ‘5스타’라는 명품 브랜드를 걸고 선보이는 배 선물세트인 ‘전환기 유기농 하우스신고’는 국내 최초로 ‘전환기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전북 김제에서 이를 생산하는 한강희(47)씨는 2001년 처음 무농약 배재배를 시작했다.

한씨는 배 과수원 중 일부 2,300평에 거대한 비닐하우스를 짓고 그 안에서배를 심어 키운다. 이런 식으로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환경이기에 농약 없이 천연향생제 성분의 한약재 퇴비로 병충해를 막고, 태풍의 피해도 막으며, 인공적으로 출하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지난해 이른 추석으로 과일맛이 덜 들어 기껏해야 당도가 10~11도였을 때도 한씨의 무농약 배는 12~13도의 당도를 냈다. 그의 배는 다른 배보다 30~40%정도 비싸지만 늘 ‘완판’이다.

경남 진주 일원에서 생산되는 21년산 도라지인 ‘장생 도라지’의 생산자 이성호(73)씨는 1999년 신지식인으로 지정받은 유명인이다. 흔히 식탁에 오르는 2~3년생 도라지에 비해 장생 도라지는 무기질과 생리활성 성분이 많아 약재로도 활용된다. 롯데백화점에서 1.2㎏ 50만원에 팔리는 명품 중 명품이다.

장생 도라지는 지리산 자락 수백m 높이의 산중턱에서 제초제나 농약 없이 자연의 힘으로 재배된다. 보통 도라지는 3년이 넘으면 썩어버리기 때문에 도중 옮겨심기를 거듭해야 하고 이렇게 해서 20년을 넘기는 도라지는 10뿌리 중 3뿌리를 넘기지 못한다. 이러한 재배법은 ‘도라지에 미친’ 이씨의 45년간 시행착오 끝에 고안된 것이다.

이제는 250여 농가가 장생 도라지를 재배하지만 모두 이씨의 재배법을 엄격하게 따른다. 3년 이후 20년이 넘기까지 각 시기마다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며 한 뿌리 한 뿌리의 재배이력을 모두 전산화한다.

신세계의 또 다른 인기 선물세트인 ‘얼음 죽방 멸치’도 경남 사천시 박정녀(60)씨의 간 맞추는 손맛에서 탄생한다. 죽방 멸치란 지금은 사천으로 지명이 바뀐 삼천포의 명물로 바닷물 속에 그물을 설치하고 들어온 멸치를 그대로 떠서 말리는 원시적 어업형태로 생산된 멸치를 말한다. 그물로 끌어올리는 멸치에 비해 비늘에 상처 하나 없이 원형이 보존된다.

특히 박씨의 ‘얼음죽방 멸치’는 멸치를 끌어올려 죽은 상태에서 데치지 않고 살아있는 멸치를 그대로 얼음물에 넣어 가사상태를 만든 뒤 데쳐 선도를 극대화한 것. 맛과 빛깔은 물론 모양도 구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돼 상품 중에도 특상품이 된다. 2002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얼음죽방 멸치는 1.5㎏에 45만원, 마리당 500원으로 고가이지만 늘 예약이 밀린다.

이러한 명인들을 찾아내기 위한 백화점 바이어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신세계백화점 임대환 부장은 “가장 맛있게 멸치 간을 맞추는 명인을 찾기 위해 사천에서 멸치 말리는 막이란 막은 다 찾아 다녔다.

또 최초로 유기농을 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보면 정작 다른 게 없어 실망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갈수록 고급이 돼 가는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이런 명인을 발굴하는 노력은 계속된다. 임 부장은 “할인점이 아닌 백화점 식품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비싸더라도 특정한 무엇, 차별화된 상품을 원한다”며 “이들을 겨냥해 명품 식품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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