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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끈 헌재 결정 2題/국보법 "찬양·고무죄"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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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끈 헌재 결정 2題/국보법 "찬양·고무죄" 합헌

입력
200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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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제7조 1항 찬양·고무죄와 5항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대해 합헌을 결정, 국보법 개폐 논의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국보법은 국가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되었으나 그 규정이 불명확하고 광범위해 남용소지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7조는 '정부참칭'(2조), '불고지죄'(10조)와 함께 인권침해 소지가 많은 독소조항으로 지목돼왔다.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야당조차 7조 등에 대한 개정 필요성을 거론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기관으론 처음으로 국보법 전면 폐지를 국회와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헌재의 합헌 결정은 비록 국보법 전체에 대한 판단은 아니지만 이 같은 개폐론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헌재는 "입법부가 헌재 결정과 국민의사를 수렴, 입법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례적으로 정치권의 국보법 논란에 직접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헌재 논리대로라면 인권위의 국보법 폐지 권고는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론에 불과한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개정론자 또는 현행 유지론자들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7조 1항은 헌재의 한정합헌 결정으로 91년 일부 개정되었지만 여전히 개념이 모호하고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악용소지가 많다는 이유로 위헌심판과 헌법소원이 수 차례 제기됐다. 실제 공안사건의 90% 가량이 이 조항으로 처벌되고 있다. 헌재는 그러나 "국보법의 입법목적을 벗어나는 확대해석의 위험이 없고, 적용범위도 제한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2년 전의 합헌 결정을 유지했다.

헌재는 7조 5항 이적표현물 소지죄의 경우도 "양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고 또 적용범위가 제한돼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나아가 "국보법 7조는 형법상 내란죄 등 규정의 존재와는 별도로 독자적 존재 의의가 있다"며 국보법 제7조를 형법상 내란죄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관 9명이 소수·반대의견 없이 합헌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시대변화에도 불구하고 남북대치라는 국가적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법 집행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도 개폐를 권고한 법률에 대해 헌재가 지나치게 보수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국보법 7조 1항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7조 5항

"1항·3항 또는 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 진보-보수 엇갈린 반응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및 이적표현물소지죄의 합헌 결정에 대해 국보법 폐지를 주장해온 진보진영은 일제히 유감을 표시한 반면 보수단체들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이상으로 하는 헌법정신의 승리"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공동대표 최창우)은 긴급 논평을 통해 "인권유린의 대표적 악법인 국보법에 대해 헌법정신을 수호해야 할 헌재가 합헌판결을 내린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헌재 결정과 상관 없이 국보법 폐지를 위한 입법청원 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인권위가 1년5개월에 걸친 실태조사를 거쳐 폐지를 권고했는데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태"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도 "헌재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과 배치되는 대표적 독소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것은 실망스럽다"며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하루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혔다.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는 "헌재가 여론과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한 판단을 내린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를 계기로 국보법 존치 여론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핵저지시민연대 박찬성 대표도 "국회는 일부세력의 국보법 폐지 주장에 휩쓸리지 말고 헌재의 판단을 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며 "국보법은 국가안위의 마지막 보루"라고 주장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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