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는 몹시 허둥지둥하다가 중요한 무엇인가를 빼놓고 온 듯한 기분으로 출근했다. 전철 안에서 그는 왠지 모를 불안감 속에 대체 내가 무엇을 빼놓았을까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뭐지? 그러다 한 순간, 아차, 하고 그것을 떠올렸다. 휴대폰이었다.그 순간부터 그는 말할 수 없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거실 탁자 위에 놓아둔 채로 그대로 나온 것이다. 사실 그에게는 많은 전화가 걸려오지도 않고, 또 그 스스로도 걸지 않는다. 한달 휴대전화요금도 3만원 안팎이다.
그런데 그걸 집에 빼놓고 왔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어디에선가 지금 중요한 전화가 걸려오고 있는데 그걸 지금 자신이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회사에 도착한 그는 집에 전화를 걸어 아내에게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은 얘기를 하고, 지금 자기에게 걸려온 전화가 없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없다고 했다. 오후에 다시 집에 전화를 걸었을 때에도 시골 동창 친구의 안부전화 말고는 없다고 했다.그런데도 그는 하루 종일 무언가 중요한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일상을 구속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은 뜻밖에도 그런 것들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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