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 창공을 맴도는 고추잠자리, 가을 문턱에서 누런 빛으로 변해가는 들판…경기 평택시 팽성읍 도두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시위로 바람잘 날 없는 이곳은 가수 정태춘(50)씨의 고향이다.
정씨는 도두리에서 태어나 평택중ㆍ고를 졸업한 ‘평택 토박이’. 군대에 가기 전 3년 동안 고향 ‘황새울’ 들판에서 경운기를 몰며 직접 농사를 짓기도 했다.
지난해 말과 연초 평화콘서트를 개최하며 기지이전 반대운동에 뛰어든 정씨는 고향 팽성읍으로 미군기지 이전이 공식발표되자 직접 시위에 참가했다.
“기지가 이전되면 내 ‘정서’의 근원인 고향을 잃게 된다. 이 일은 나의 일” 이라는 정씨는 팽성읍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설명회가 열리기 전날인 24일 평택시청 앞에서 1인 시위에 참가했다. 팽성읍의 이장단이 매일 벌이고 있는 릴레이 1인 시위 참가자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피킷을 들고 있었다.
정씨는 “하우스보이, 미군트럭, 아파치 헬기의 소음… 마을 들판을 가로막고 들어서있던 미군기지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이제 고향 마을에 미군기지가 확장돼 마을과 농지와 추억을 묻어버릴 것을 생각하면 절망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에 1차로 미군에 수용되는 캠프 험프리스(K-6)인근 24만평의 대부분은 고향 마을의 ‘황새울’ 들판. ‘애고 도솔천아’,
‘마을의 이야기’ ‘들 가운데’ 등 이미 고향을 소재로 한 많은 곡을 발표했던 정씨는 올초 평택 출신 시인 권혁제씨, 설치미술가 최병수씨, 사진작가 이기원씨 등과 함께 ‘우리땅 지키기 평택문화예술연대’를 조직했다.
오는 11월에는 이들과 함께 대규모 ‘미군기지 이전 반대 평화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정씨는 “주일 미군기지 이전 과정을 보더라도 미국의 전략 변화에 따라 나중에 계획이 크게 바뀌었다. 가변적인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을 덜컥 받아들인 정부의 결정은 정책적 실수” 라며 “기지이전 반대운동은 작게는 내 고향을 지키는 일이지만 크게 보면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민중의 싸움”이라며 투쟁의지를 다졌다.
/이왕구기자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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