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뭐길래’의 김수현이냐, ‘엄마의 바다’의 김정수냐. KBS와 MBC가 주5일 근무제 실시 여파 등으로 침체된 주말드라마 시간대를 놓고 ‘국가 대표급 드라마 작가’를 각기 내세워 치열한 혈전을 벌인다.
MBC의 10월 대공세
먼저 공세의 고삐를 다잡은 것은, 지난 2년간 주말 드라마 시간대에서 ‘맹가네 전성시대’ ‘죽도록 사랑해’ ‘장미의 전쟁’ 등 잇단 실패작을내놓으며 KBS에 밀린 MBC. 10월 2일부터 방영되는 ‘한강수타령’은 MBC가 주말 드라마 장기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빼든 비장의 카드다.
‘전원일기’ ‘그대 그리고 나’ ‘그 여자네 집’ 등 MBC 인기 드라마를제조해온 김정수씨가 집필을, ‘수사반장’ ‘사랑과 야망’ ‘제 4공화국’ ‘을 만들었고, ‘여명의 눈동자’ ‘사랑이 뭐길래’ ‘엄마의 바다’등을 기획한 최종수 전 MBC 프로덕션 사장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고두심 김혜수 최민수 등 연기력과 지명도를 함께 갖춘 스타들이 주연급으로 가세한다.
‘한강수타령’은 혼자서 생선장수를 해가며 억척스럽게 아이들을 키운 영희(고두심)와 그런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큰딸 가영(김혜수)과 엇나가는 작은 딸 나영(김민선)의 이야기. 여기에 가영과 준호(김석훈), 신률(최민수)의 삼각관계와 나영ㆍ강수(봉태규) 사랑 싸움이 보태진다.
거장 김수현의 힘
그러나 KBS는 아직까지 여유가 있다. ‘애정의 조건’이 30%대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을 뿐더러, 10월 16일부터 방영되는 후속작 ‘부모님전상서’에는 쓰는 작품마다 히트하며 몇 십년째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거장 김수현 작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SBS 주말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작가와 호흡을 맞춰 열연했던 탤런트 김희애가 주연을 맡았고, KBS 인기드라마 ‘내 사랑 누굴까’의 정을용 PD가 연출을 담당한다.
KBS ‘부보님전상서’는 스무 살에 지역 토호의 아들(허준호)에게 찍혀 시집간 중학교 교감선생님 집의 큰딸(김희애)이 자폐아인 일곱 살 난 아들을 돌보며 가정을 꾸려가는 이야기. 여기에 나머지 자식들의 결혼과 사랑을 김수현 특유의 다이나믹하고, 유쾌하고, 가슴 뭉클하게 펼칠 예정이다.
주말드라마의 르네상스 오는가
KBS와 MBC의 이번 주말드라마 대결에서 눈여겨 볼 것은 정통 홈 드라마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 최근 몇년 주말연속극이 홈 드라마 문법에서 벗어나 불륜이나 치정, 복수극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통 홈 드라마로의 복귀 배경은 전반적인 주말드라마의 퇴조와 맞물려 있다. 2002년 3월부터 2004년 8월까지의 채널별 주말드라마 시청률 평균은 KBS 21.7%, MBC 15.8%로 양사를 합쳐도 40%가 넘지 않는 저조한 성적을 보여왔다.
김수현 김정수라는 홈드라마에 정통한 두 작가의 작품이 이런 분위기를 깨고 ‘주말드라마’의 르네상스를 열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김대성기자lovelily@hk.co.kr
■김수현 "편하게 볼 수 있는 무공해드라마"
“요즘 드라마에는 너무 비열하고 뒤틀어지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들만 나오잖아요. 정상적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서운 드라마’가 너무 많아요.”
김수현 작가는 얼마전 정연주 사장과의 식사 자리가 ‘KBS 드라마 성토장’이 됐다며 운을 뗐다. “이번 작품에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들이 나올 거에요.
옛 사람의 정서나 가치관을 그대로 간직한 부모와 또 이를 적어도 집안에서는 따라주는 자식들 이야기를 다룰 거니까요. 순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공해 없는’ 드라마,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를 푸근하게 담는 드라마가 됐으면 해요.”
이번에도 자신의 작품에 탤런트 김희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SBS 연기대상 파문도 있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이랑 짝짜꿍이 맞아서 그런 줄 아는데, 그게 아니라 연자로서 신뢰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정수 "전원일기 같은 가족사랑 그릴 것"
“겁나 죽겠어요. 자꾸 사람들이 김수현 선생님과 저를 비교하려고 하는데 저에게는 대선배이시고 존경하는 선생님이신데요.”
김정수씨는 자신이 김수현 작가과 비교되는 게 ‘죄송스럽다’는 말로 겸손을 표했다. “‘한강수타령’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전원일기’를 썼던 마음으로 쓰고 있어요. 82년부터 12년 동안 ‘전원일기’ 작가를 했는데, 그때처럼 맹목적이고 원초적인 부모의 자식사랑을 그려보고 싶어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강수타령’에서 고두심이 맡은 영희는 전원일기의 일용엄니처럼 ‘내 새끼 입에 밥 들어 가는 걸 인생의 최우선순위로 삼는’ 한국적 어머니. 김혜수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데 대해서 “ ‘짝’ ‘한지붕 세가족’에서 통통 튀는 새댁 역을 맡을 때부터 눈여겨 봤다”며 “눈이 맑고 커서 조선여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배우”라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